2004년 알 리스의 “광고는 지고, PR는 뜬다(The Fall of Advertising and the Rise of PR)”가 업계에 소개되면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알린다’는 식의 홍보 개념으로 알려진 PR (Public Relations)지만 PR는 고객 요구를 철저히 파악하는 ‘분석’적인 마인드를 바탕으로 한다. 특히 객관적인 제3자의 입을 빌려 기업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해 고객과 신뢰를 쌓고 지속적 관계를 유도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접근 방식이다.
인바운드 마케팅 접근 방식은 이러한 기존 PR 개념과 매우 비슷하다. 인바운드 마케팅은 디지털 비즈니스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이 찾게 만드는(get found)’ 접근 방식이다. 즉 꿀벌이 꿀을 찾듯 사람들로 하여금 찾아들게 만드는 접근법이다. 오늘날 기술 혁명으로 효과적인 멀티미디어 플랫폼 기반 채널을 통해 관계 형성은 물론이고 잠재 고객을 충성 고객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쏟아져 나오게 됐다.
기존의 간접적으로 소통하고 공유해오던 PR 접근 방법에 날개를 달았다. 이제 아웃바운드 시대는 가고, 본격적인 인바운드 시대가 온 것이다. 예전 PR와 인바운드 마케팅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 보자. 지금은 미국에서도 문이 앞으로 열리는 형태의 세탁기 제품이 보편화됐다. 메이택이라는 회사가 당시 유행하던 유럽식의 앞문 열리는 세탁기를 미국 시장에 처음 선보였을 때 이 제품에 대한 거부감으로 엄청난 장벽에 가로막혔다. 그 기업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작업에 집중했고, 제품의 혜택을 확실히 증명하기 위해 ‘입증’할 수 있는 정보 전달과 소통 작업에 집중하는 PR 캠페인을 벌였다.
단순한 제품에 대한 홍보(아웃바운드)가 아니라, 고객의 요구, 즉 민감한 에너지 절감 측면을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기업은 물과 전기료에 가장 민감한 지역 주민을 선별해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하게 했다. 사용 전후를 비교하고 분석해 신제품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물과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는지 혜택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기술적으로 분석한 백서(white paper)를 내놓고 언론과 다양한 관련 전문가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소통하는 전략적 전술을 펼쳤다. 이 활동으로 성공적인 시장 진입은 물론이고 매출 증대를 이뤄냈다.
당시 직접적인 세일즈 접근법과 차이가 컸던 대표적인 PR 성공 사례 중 하나로 알려지게 됐지만, 그때만 해도 정보를 전달하고 소통하고 입증하는 과정에서 마케팅 전술들이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매우 한정돼 있었던 것을 엿볼 수 있다.
만약 오늘날 기술 혁명으로 빅데이터와 멀티미디어 플랫폼이 가능한 시점이었다면, 보다 효과적이면서 보다 흥미롭고 강렬한 콘텐츠로 더욱 적극적인 방법으로 제품의 효과를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소셜 미디어, 블로그 등을 통해 제품을 직접 시용한 사람들이나 전문가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의견이나 사용 후기를 올리는 형태가 파급 효과가 훨씬 크다.
과거 오프라인으로만 사용하던 백서를 온라인 비디오나 팟캐스트, e뉴스레터 등의 디지털 채널로 재활용하는 것이니 그 파급 효과가 훨씬 더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오늘날 멀티미디어 시대에서 기업이나 제품 인지도를 높이고 소통하기 위해 활용되는 다양한 콘텐츠 마케팅 활용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페이드 미디어(paid media:광고, 구글 페이펄 클릭 등 지불하는 미디어), 언드 미디어(earned media:언론, 전문가 리뷰, 리트윗, 유저 간 공유, 입소문 등 자발적으로 유도하는 미디어), 온드 미디어(owned media:웹사이트, SNS 등 자사 미디어)다. 관건은 이러한 콘텐츠를 인바운드, 즉 구매자들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점이다. 소셜미디어, 블로그 등 자사가 소유하는 미디어(콘텐츠)라고 해도 기업을 홍보하는 브로슈어 같은 도구의 아웃바운드 식이라면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유도하기 어렵다.
보다 개인에 맞춤화된 마케팅 접근 방법이 가능해지면서 아웃바운드 접근 방식은 그 효과를 완전히 상실했다. 하지만 다양한 콘텐츠(전시회, 블로그)를 아직도 아웃바운드 식으로 사용하는 기업들이 많다. 가령 기업의 페이스북에 ‘좋아요’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기업 세일즈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다.
해외 전시회를 아직도 그저 알리기 위한 세일즈나 기업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사전·사후의 전략적 마케팅 없이 진행한다면 그것도 아웃바운드 식의 전술로 전락해 버리고 말것이다. 기술 혁명으로 가능해진 여러 가지 사전·사후 전술(저렴한 콘텐츠 마케팅을 기반으로 하는)을 바탕으로 보다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양한 커뮤니티들과의 소통방법이 무궁무진하게 많다.
콘텐츠 마케팅 시대를 맞아 ‘무엇(What)’보다 ‘왜(Why)’에 대한 접근 방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무엇을, 어떻게, 어느 시점에 활용해 과연 어떤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를 답할 수 있는 ‘왜’에 집중하게 되면 인바운드 접근 방식을 추구하기 훨씬 쉽다.
에머슨대 교수·트라이벌비전 부사장 sim@tribalvis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