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관행 개선을 통한 시장경제질서 확립 방안’을 골자로 한 업무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단연 주목되는 것은 유통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 방안이다. 그중에서도 ‘TV홈쇼핑 거래관행 정상화 정부 합동 TF’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공정위, 미래부, 중기청 등 범정부 협업체계를 가동해 TV홈쇼핑분야를 집중점검 및 시정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중기청에 신고센터를 설치해 피해사례를 상시 접수·수집하고, 공정위가 조사 및 시정조치를 취하고, 미래부가 TV홈쇼핑 재승인시 그 결과를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TV홈쇼핑 분야를 대상으로 마치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모양새인데, 원인은 업계가 제공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TV홈쇼핑 분야의 비정상적 시장관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부분 중소기업상품인 취급상품에 붙는 과도한 판매수수료, ‘갑질’로 회자된 불공정한 거래관행, 무리한 비용 떠넘기기, 여기에 지난해 불거진 임직원 금품수수 비리까지, 공정위의 표현대로 ‘비리종합선물세트’에 다름 아니다. 납품업체들은 불합리하다는 걸 알면서도, TV홈쇼핑 외엔 뾰족한 대체 유통경로가 없으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은 정부의 시장개입을 불러왔다. 미래부는 중소기업 제품과 농축수산물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제7홈쇼핑 승인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승인 대상 법인으로 ㈜공영홈쇼핑(가칭) 컨소시엄을 잠정 선정했다.
제7홈쇼핑은 공영 TV홈쇼핑, 즉, 공공재로 공급된다. 출자자격도 공공부문으로 제한되었고, 판매수수료도 상한선이 있다. 이익이 나더라도 배당할 수 없다. 사실 시장경제 체제에선 상당히 이례적인 것인데, 이것은 현재 TV홈쇼핑 시장의 혼탁함을 웅변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 조치는 과거의 경험에서 나온 학습효과의 산물이다. 그간 정부는 농축수산물을 팔 목적으로, 중소기업상품을 팔 목적으로 TV홈쇼핑 채널을 만들어 민간에 위탁해 왔다. 그런데, 그 민간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적 기대를 비웃듯이 ‘마이웨이’를 달렸다.
애초 80% 이상을 공언했던 농축수산물 편성비율은 허언이 됐고, 중소기업 이익을 위해 복무하겠다던 다짐은 TV홈쇼핑사의 사익 극대화로 전향됐다. 그래서 또 중소기업과 농어민을 위한 TV홈쇼핑을 도입한다면 이건 신의 한 수가 아니다. 이건 기존 업계의 공유된 공식이다.
정부로부터 정책 목적을 위탁받은 업체의 최고경영자(CEO)가 ‘정액수수료’로 대표되는 업계 최고의 악습을 만들어냈고, 그 CEO와 임직원들이 또 다른 정책 목적의 TV홈쇼핑사로 옮겨가 그 악습을 교습했던 사례가 그렇다는 것이다. 공영TV홈쇼핑이 시장 정상화를 위한 본보기가 되려면, 과거 사례로부터 배워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공공성에 있다. 마치 의료 사각지역을 위한 보건소처럼, 공영TV홈쇼핑은 유통약자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영TV홈쇼핑은 경영여건에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향후 정책 당국이 공공성과 재무적 성과를 동시에 요구하지 말고 공공성 확보에 주목한다면, 정책의 성공가능성은 높아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공영TV홈쇼핑이 재무적 성과를 도외시할 수는 없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원을 개발하고 발굴해 스스로 지속가능성을 확립해야 할 책무도 잊어서는 안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유통채널로 구성되는 옴니채널을 지향할 것을 권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람은 TV홈쇼핑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원동력이다. 이질적이더라도 융·복합이 가능하다면 새로운 원동력을 구해 신선한 출범을 감행하길 바란다.
공영TV홈쇼핑이 정부의 정책목적에 맞게 중소기업 제품과 농축수산물을 100% 편성하면서도 20%대의 판매수수료를 유지하고, 비용을 떠넘기지 않는 공정한 거래를 통해서도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곧 TV홈쇼핑 시장에 정상화 선언을 하는 것이다. 공영TV홈쇼핑의 성공을 기원한다.
최재섭 남서울대 교수(국제유통학과) jschoi@n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