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자사주 블록딜 가능성 ...주총 앞두고 넥슨과 창과 방패 대결

우호세력에게 팔거나 이사회서 3자 배정을 시도할 가능성 제기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3월 주주총회까지 창과 방패의 대결을 펼칠 것으로 전망됐다.

엔씨소프트가 넥슨의 경영 참여에 맞서 자사주를 블록딜 형식으로 우호세력에게 팔거나 이사회에서 3자 배정을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주가상승이라는 이익을 본 넥슨이 엔씨소프트 경영진과 빅딜을 재개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엔씨, 자사주 블록딜 가능성 ...주총 앞두고 넥슨과 창과 방패 대결

28일 넥슨과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양사는 3월로 예정된 엔씨소프트 주총에서 등기이사 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인다. 3월 주총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현 대표의 연임이 결정돼 넥슨 쪽에서 대표자리를 걸고 싸움을 걸 가능성도 충분하다.

넥슨은 경영참여를 선언하기 전인 지난주 엔씨소프트에 등기이사 배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송이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기 바로 직전이다.

엔씨소프트는 넥슨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이다. 대립 상황이 주총 전까지 해소되지 않으면 표 대결로 갈 수밖에 없다.

◇주주 여론은 넥슨, 칼자루는 엔씨

넥슨이 경영참여를 공식 선언한 27일 엔씨소프트 주식은 장후 시간외 거래에서 10%가량 올라 20만원을 돌파했다. 주주들이 넥슨의 경영 참여 의사에 곧바로 긍정적 신호를 보낸 셈이다.

하루가 지난 28일에도 상승세는 이어져 상한가를 기록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넥슨이 추가지분을 인수한 지난해 10월 이후 엔씨소프트 주가는 계속 상승했다”며 “넥슨 경영참여 변수가 기업가치를 높인 셈”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주주 중 한 명은 “주주입장에서는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다”며 “넥슨이 경영에 참여한다면 규모의 경제면에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고 아니더라도 그 과정에서 주가 상승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넥슨 경영참여 시도를 방어할 무기가 많다. 우선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우호지분에게 팔거나 이사회를 통한 3자 배정이 가능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엔씨소프트 경영진이 실제로 위협 받는 상황이라면 이 같은 전략을 조기에 가동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한 번 추가지분 인수 없이 넥슨의 적대적 M&A가 어려운 이유다.

◇넥슨의 속내는? 일본 주주 불만 부담

넥슨이 쉽지 않은 상황에도 등기이사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일단 본사가 위치한 일본 내 주주들의 불만이 상당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2012년 지분 매입과 매각 당시 뚜렷한 이유를 대지 않았다. EA 인수 합의 등은 넥슨이 2014년 추가로 지분을 인수한 이후 나온 이야기다. ‘마비노기2’ 등 MMORPG 공동개발은 초기 단계에서 무산됐다.

양사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넥슨은 이후에도 지속적 협업 요청을 했지만 엔씨소프트 경영진이 일축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 때문에 넥슨 경영진은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 이후 상당한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을 인수한 이후 엔씨소프트 주가가 원화기준으로 취득단가인 주당 25만원을 넘긴 날은 2012년 6월 8일부터 2015년 1월 23일까지 총 686일 중 42일에 불과하다.

양사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넥슨 주주입장에선 뚜렷한 이유 없이 수천억을 들여 엔씨소프트 지분을 인수한데다 성과조차 없었다는 불만이 나올 법하다”며 “배임혐의 제기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추가 지분인수, 경영참여 선언 등이 자사 주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일종의 ‘시위’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넥슨이 깔끔하게 이 사태를 해결하는 방식은 2012년 최초 투자금을 훌쩍 넘는 이익을 실현하는 시나리오다. 결국 양사가 딜을 재개할 수 있는 주가가 관건이다.

엔씨소프트가 무작정 넥슨 주식을 매입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엔씨소프트는 2012년 당시 매각 대금(주당 25만원) 중 상당부분을 엔화로 받았는데 당시에 비해 엔화가치(1400원대→900원대)가 크게 하락했다. 무턱대고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간 주주 반발 등 후폭풍이 크다.

게다가 이마저도 회사 돈이 아닌 김택진 대표 개인명의 재산이다. 엔씨소프트가 넥슨이 현재 주가로도 손해를 보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이유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회사는 넥슨이 보유주식을 넘긴다면 살 용의가 있다”면서도 “넥슨이 추가 지분을 인수한 이후 주가가 상당히 올랐기 때문에 부담”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주주총회 전 양사가 거래를 재개할 조건이 충족되는 지가 관건인데 주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 쉽지 않다”며 “추가 빅딜이 될 적정선은 김정주 NXC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간 교감으로 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