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창조경제의 새로운 엔진이 될 ‘핀테크(Fintech)’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스마트금융포럼 조찬포럼이 30일 오전 7시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개최됐다.
전자신문이 주최하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후원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국내 핀테크 산업이 나아갈 길은?’이라는 주제로 금융당국과 금융사, IT기업 간 유기적인 협업체제를 구성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조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국형 핀테크 생태계를 구축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금융형 로밍’ 플랫폼을 만들어가자는데 합의했다. 각종 규제와 사업자간 온도차로 그동안 한국 핀테크 산업은 ‘해야 한다’는 의무감만 시장에 팽배한 것이 현실이다. 무엇을 위해, 그리고 왜 해야 하는지 나침반이 없는 상황에서 스마트금융포럼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의 진솔한 고민과 비판, 향후 나아가야 할 핀테크 방향을 놓고 가감 없이 전자신문이 지상중계를 통해 핀테크의 현재와 미래, 대안을 제시한다.
관련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17HEYPAs9Us)
◇참석자
오해석 금융감독원 금융IT분과위원장
전요섭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
정인화 금감원 IT감독실장
이기연 여신금융협회 부회장
시석중 IBK기업은행 부행장
빈대인 부산은행 부행장
상언규 KG이니시스 상무(PG1본부)
이승건 비바 리퍼블리카 대표
이창열 대우정보시스템 전무
김종극 롯데카드 상무
김근묵 인터페이 대표
※주제발표=이지은 액센츄어코리아 디지털그룹 대표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부국장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부국장)=최근 핀테크가 미래 먹거리 사업의 핫 이슈로 부상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협업체제 미비와 장밋빛 전망만이 난무한 채 실체가 없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지은 액센츄어코리아 디지털그룹 대표=정부와 금융기관, 스타트업, 벤처캐피털(VC) 등이 유기적으로 조합해 ‘핀테크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한국의 IT인프라 활용 능력은 오히려 해외 선진국보다 3년 이상 뒤처져 있다는 냉엄한 분석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현 시점에서 국내 핀테크는 해외 IT기반 서비스를 쫓아가는 환경이 됐다는 이야기다.
핀테크를 막연히 ‘해야 한다’는 논리에 갇혀 있어선 안 된다. 무엇을 위한 핀테크인지, 한국이 원하는 핀테크가 어떤 것인지 면밀하게 머리를 맞대고 접점을 찾아야 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IT를 이종 산업분야에 접목시키려는 노력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의류산업만 보더라도 최첨단 IT가 웨어러블과 융합되고 있다. 국내 핀테크 산업이 이처럼 융합 접점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투자자, 금융사가 함께 방향성을 맞춰 성장할 수 있는 토양 마련이 시급하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동감한다. 핀테크의 핵심은 금융기관과 IT기업 간 유기적인 협조와 사업자 간 윈윈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
모바일 POS로 성공을 거둔 스퀘어 송금 서비스는 체이스뱅크가 정산과 이체를 처리한다. 애플 아이폰에 적용된 애플페이 역시 애플이 거래 수수료 1센트라는 상직적인 금액만 가져갈 뿐 거래 수수료는 기존 카드사에 모두 귀속되는 구조다. 다시 말해 애플과 금융기관 간 대립구도가 아닌 윈윈모델이 형성됐기 때문에 가능하다.
액센츄어 조사에 따르면 71%의 은행 임원들이 최근 2년 내에 은행에 돈이 되는 신규 비즈니스 개발은 은행 밖에서 이루어졌다고 답했다. 결과가 거짓말이 아니라면 핀테크도 금융사에 돈이 되는 비즈니스가 될 것이다.
◇오해석 금융감독원 금융IT분과위원장=핀테크 바람이 불면서 대학들도 핀테크 전문 대학원과 학과를 만들겠다며 자문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연구소는 두말할 나위 없다. 2009년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삼성전자는 발 빠르게 대응해 갤럭시 성공 신화를 일궈냈다. 반면에 적시 대응을 못한 휴대폰 제조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핀테크 산업도 이 같은 실험대에 올랐다.
우리가 해외에 나갈 때 로밍 서비스를 편하게 이용하듯 이제 한국에서도 ‘금융의 로밍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미 국내 금융 서비스는 비대면 기반으로 인프라가 어느 나라보다 잘 돼 있다.
금융 자동화는 일본을 추월했다. 하지만 창조적인 활용 측면은 부족하다. 창조성을 불어넣고 핀테크 사업 참여자들이 먹거리 창출에 공격적으로 나서줘야 한다.
◇시석중 IBK기업은행 부행장=결국 핀테크의 본질은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라기보다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그 무엇을 강화하는 데 있다. 간편하고 신속하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은행의 수익모델이 될 수 있는지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핀테크 기업은 은행이 놓치고 있던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경쟁자이면서 혁신적인 신기술 공급자로서 뱅킹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는 동반자라는 건 맞다. 하지만 안전성 측면도 은행 입장에선 봐야 한다.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금융소비자 피해는 물론이고 금융 전반에 대한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서비스의 기본을 지키는 의무도 저버리지 않아야 한다.
◇사회=핀테크 붐업을 위해 시급한 과제로 ‘규제 개선’ 이야기를 많이 한다. 금융권과 기업 모두 정부의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진정한 핀테크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장에서 느끼는 풀어야 할 규제와 개선책은 무엇인가.
◇김근묵 인터페이 대표=인터페이는 이미 3년 전부터 핀테크 사업을 펼쳐 왔다. 페이톡이라는 모바일 직불 결제를 상용화했지만 여러 규제에 갇혀 사업 확장이 쉽지 않았다.
최근 벤처나 핀테크 기업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창업한 지 3년이 넘은 스타트업 기업은 현 정부의 투자 대상이 아니다. 이것도 규제다. 페이톡 서비스도 직불결제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다 보니 수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결제 비용이 일률적으로 500원 책정됐다.
금융결제원이 1%, 체크카드 수수료율이 0.2%인데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페이톡 서비스는 고객 유입 자체가 안 되는 모순에 갇혀버린 형국이다. 필요한 규제를 걷어내고 국내 진입 장벽이 단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국형 핀테크 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이기연 여신금융협회 부회장=어쩌면 핀테크 최전방에 서 있는 사업자는 카드사다. 우선 풀어야 할 규제를 꼽으라면 금산분리와 금융실명거래제도가 대상이 된다.
국내 핀테크 성장을 위해 무엇보다 투자 노하우를 살린 신기술금융사의 투자가 필요하며 최근 정부 핀테크 활성화 정책과 더불어 투자 확대도 병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업자 진입과 마이크로 규제 혁파도 필요하다. 리스, 할부는 아직까지 핀테크 관련된 구체적인 도입 현황은 없지만 향후 인터넷과 모바일을 이용한 비대면 리스, 할부서비스 등 획기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온라인 전용 리스와 할부사 출현도 기대된다.
카드사 기반의 여전업계 금융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수업무에 대한 규제완화가 절실하다. 특히 카드사는 다른 금융사와 달리 여전히 포지티브 규제를 받고 있다. 핀테크 출현으로 지급결제 시장의 금융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포지티브 부수업무 규제는 카드사에게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전요섭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지난달 27일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가장 큰 성과라면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는 것이다. 인터넷전용은행 설립 등 이종 사업자의 자본금 완화나 이용 한도 폐지 등 여러 이슈가 있지만 사전심사와 인증방법 평가를 폐지했다는 것은 핀테크 산업에 큰 촉매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 완화 이면에는 그만큼 보안사고 등에 책임을 명확히 져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 자율성을 크게 부여하면서 책임 소재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말이다.
많은 금융사와 IT기업들이 정부에 핀테크 생태계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말한다. 정부는 핀테크 산업의 보조자, 지원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역할이 오히려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금융사가 하고 있는 서비스를 사업화하는 핀테크는 의미가 없다. 자산관리와 빅데이터, 크라우드 펀딩 등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할 때가 왔다. 금융당국은 핀테크 지원 상담센터와 창조경제 혁신센터를 연계해 지원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타 부처와 적극적인 협업체제를 가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사회=국내 핀테크가 지급결제, 송금 등 국한된 분야에서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다양한 신사업 발굴이 가능할 것 같은데 어떻게 보는가.
◇이창열 대우정보시스템 전무=SI업계도 급변하는 핀테크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 검토와 신사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IT기업이 보유한 플랫폼이 금융산업에 융합되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그 중심은 바로 플랫폼 경쟁이다. 플랫폼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느냐’부터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경제 주체는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될 것이다. 이 속도에 핀테크 사업자들도 플랫폼을 맞춰야 한다. 새로운 뱅크 3.0 시대가 도래했다. 자금이 오가는 트랜잭션 영역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 핀테크 영역은 구매 패턴 컨설팅 등 무궁무진한 융합 사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SI업계도 여러 사업자와 함께 이 같은 플랫폼 구축을 위해 핀테크 최전방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상언규 KG이니시스 상무=핀테크 사업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지급결제와 송금 부문이 핀테크의 핵심으로 강조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미 카드 결제 비중이 60%를 넘어섰다는 건 그만큼 거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역으로 지금 강조되고 있는 지급결제와 송금 분야의 부가가치 창출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IT인프라는 발달돼 있지만 서비스와 활용 측면에서는 뒤떨어져 있다는 방증이고 이 같은 상황을 빨리 알아야 한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도 소비자가 큰 불만이 없는데 굳이 핀테크 관련 사업에 금융사와 IT기업이 자금을 투입할 동기가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필요한 건 핀테크 비즈니스를 설계할 때 국내만 보지 말고 아시아권을 함께 고려해 설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 금융 컨설팅 작업을 병행해 고객 접점을 모아야 한다. 카드와 은행은 고객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 주도권을 놓지 않는다. 고객에 대한 접점을 공유하지 않는다. 고객 라이프스타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핀테크 서비스 발굴이 절실하다.
◇이지은 대표=핀테크 영역은 아직까지 금융기관과 IT기업 간 미스매치되는 부분이 있다. 이를 제대로 연결만 하면 잠재력 있는 무궁무진한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고 본다.
지급결제 등 국한된 분야에서만 핀테크가 거론되지만 이미 해외는 빅데이터나 크라우드 펀딩, 개인자산 관리, 자동 신용평가·대출, 리테일 금융 서비스 등 부가가치 높은 연계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빅데이터를 통해 나의 모든 재산을 분석해 자산관리를 해준다면 나부터 먼저 은행을 찾을 것이다. 진정한 개인화 서비스가 핀테크로 확장될 수 있다.
이 같은 산업 확산과 방향성을 잡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대로 정부와 금융기관, 기업, 벤처캐피털들이 유기적인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
◇정인화 금감원 IT감독실장=핀테크가 워낙 광범위하게 확산되다 보니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여러 산적한 과제가 많다. 우리나라에 핀테크가 촉발된 것은 공인인증서, 액티브X 규제가 도화선이 됐다. 앞서 많은 패널 분들이 언급한 것처럼 송금과 P2P 대출 등 다양한 응용 사업 분야로 핀테크가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 전에 해결과제가 있다. 금융기관에 이미 적용되고 수년간 이용하던 구형 인프라와 장막을 걷어내야 한다. 모든 플랫폼에 여전히 공인인증서 체계가 사용되고 이는 결국 고객들에게 익숙함으로 남아있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이를 걷어내야 한다. 또 금융사가 신기술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여러 보안 문제 등도 혼재돼 있는 상황에서 P2P 대출 등 신 핀테크 산업 영역을 즉시 도입하고 적용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 규정 하나 고쳐서 될 일이 아니다. 리스크 관리를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더디더라도 안전성도 함께 봐야 한다.
◇사회=결국 정부와 금융사, IT기업, 투자자 등이 생태계 조성에 보다 유기적인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 듯하다. 한국의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제언이 있다면.
◇빈대인 부산은행 부행장=산업 분야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을 꼽으라면 은행권이다. 하지만 은행의 경영 방식은 투명하고 착하다고 자부한다. 이 때문에 고객 이익에 직결되는 일이라면 어떻게든 발굴하고 찾아내는 소명의식이 있다. 아직 은행권에 핀테크는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다. 핀테크 기업들이 은행의 이 같은 특성을 감안해 역으로 많은 사업 제안과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은행들도 협력을 확대할 것이다. 부산은행도 최근 이슈가 되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별도 전담반을 꾸려 해외 사례와 국내 법률·정책적 제반 사항을 검토 중이다. 이번 자리를 빌려 많은 핀테크 기업과 유기적인 협력체제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김종극 롯데카드 상무=핀테크의 확산은 기업 중심보다는 고객 관점에서 봐야 한다. 최근 롯데카드가 간편결제 서비스 ‘원클릭’을 상용화한 것도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한 작업에서 비롯됐다. 카드사 입장에서 핀테크 사업이 다소 추상적이고 혼란스러운 면이 있다.
이미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60%를 넘어섰고 비대면 채널을 포함한 인프라는 세계 최고다. 어떠한 핀테크 사업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혁신’이 동반되지 않는 핀테크 사업은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대형 핀테크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작은 보폭으로 차별화 사업을 발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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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