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래핀 산업 육성 조기 상용화에 달렸다

구리보다 전기가 잘 통하며, 실리콘보다 전자 이동이 빠르다. 강도는 강철보다 세며 열전도성도 뛰어나다. 금속 균일성은 탄소나노튜브보다 낫다. 탄성까지 있어 구부리거나 늘릴 수 있다. 이른바 ‘꿈의 신소재’라는 불리는 그래핀이다.

정부가 그래핀 핵심 기술 확보와 상용화를 내용으로 한 ‘그래핀 사업화 촉진기술 로드맵’을 제시했다. 정부와 민간 자금 합쳐 676억원을 들여 그래핀 원소재 공급체계를 구축한다. 459억원을 투입해 전자파 차폐 코팅재, 친환경 고내식 강판, 고기능성 배리어 복합필름소재, 터치패널, OLED 패널과 같은 그래핀 응용 제품도 개발한다.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모든 세부 과제를 산학연 컨소시엄으로 추진한다.

우리나라는 반도체·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정보전자제품 하드웨어 산업을 주도한다. 그래핀 산업도 선도할 수 있다. 실제로 흑연 결정에서 그래핀을 떼어내고, 기판에 증착시키는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대량 생산 기술 확보는 여전히 답보다. 일부 연구용 소량 생산은 가능하지만 양산 단계에 이른 기업이 아직 없다. 미국, 유럽 소재기업보다 양산에 앞서가지 않으면 그간 핵심 기술을 확보한 것도 허사가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정부가 로드맵에 상용화 과제를 우선한 것은 바람직하다. 아직 완벽한 수준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휘는 디스플레이, 전자종이, 웨어러블 컴퓨터과 같은 정보전자제품에 응용해 그 가치를 높이는 사례가 나와야 그래핀 수요는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소재 수급 문제도 상용화가 이뤄지면 해법이 생긴다. 정부는 3일 예정한 그래핀 로드맵 공청회를 통해 응용 사업화에 대한 민간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간 ‘추격자’도 쉽지 않았던 소재 분야에서 ‘선도자’로 도약하자는 의지를 담은 그래핀 로드맵이다. 거의 턱밑까지 이른 정보전자제품 분야 중국 추격을 뿌리칠 기술 혁신 전략이다. 소재기업 양산 투자를 촉진할 상용화 계획부터 빨리 구체화해야 로드맵은 더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