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 한화 빅딜 이후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계는 삼성라이온스 투수였던 배영수, 권혁의 트레이드로 들썩였다. 프렌차이즈 스타가 명문 구단의 유니폼을 벗고 하위권인 한화 이글스로 이적을 결심한 것도 의외지만 앞서 이뤄진 삼성과 한화의 빅딜과 맞물려 유머 섞인 다양한 해석이 따르기도 했다.

[기자수첩] 삼성 한화 빅딜 이후

두 선수의 이적에 아쉬움을 표하는 팬들도 많지만 더 많은 출장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양 구단이 윈윈한 트레이드라는 평가가 따른다.

하지만 야구판과 달리 삼성과 한화의 빅딜은 새로운 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이적 대상이 된 삼성 4개사 노조는 매각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젊음을 바친 회사이니 당연지사다.

국내 재계 1위 그룹의 명찰을 더 이상 달지 못하는 상실감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빅딜을 무효화할만한 결정적 변수는 없어 보인다. 한화는 이미 4개사 사업구조를 큰 틀에서 유지하고 고용 보장 등 직원 처우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레이드는 좋은 자질을 갖고 있지만 출장 기회가 적은 선수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기회를 확보하며 기량이 만개해 제2의 성공 시대를 연 선수의 모습도 수차례 봤다.

한화는 삼성과의 빅딜로 삼성종합화학, 삼성테크윈 등 삼성의 석유화학·방위산업 4개 계열사를 사들였다. 한화는 자산규모를 50조원대로 늘리며 재계 서열 9위로 도약했고 성장동력으로 삼은 화학·방산 등 핵심 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메이저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삼성은 비주력사업을 매각함으로써 전자·금융·건설 등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때마침 한화가 삼성 4사의 임직원 면담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4개사 노조는 명분 있는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한화는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민간 기업간 성공한 트레이드의 선례를 남길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길 바란다. 트레이드가 일상화된 프로야구계와는 분명 다르겠지만 산업계에도 큰 그림을 보고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