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기, 휴대용테이프재생기, CD플레이어, MP3…. 휴대용 음악재생 기기는 그 모습을 바꿔가며 세계 정보통신 시장을 이끌어왔다. 최근에 스마트폰을 이용해 음악을 청취하는 인구가 늘면서 모바일 기기 보급률만큼 시장이 커졌다.
이와 동시에 성장한 산업이 있다. 헤드폰이다. 헤드폰은 귀에 밀착하는 이어폰과 머리에 걸치는 헤드셋을 통칭한다. 지하철을 타면 열에 예닐곱은 귀에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거나 통화할 정도로 보급률이 높다.
◇세계 헤드폰 시장, 성장세 눈부시네
미국 헤드폰 시장은 지난 2013년 한해 23억달러 규모로 전년보다 11% 성장했다. 특히 제품 가격이 100달러를 넘는 프리미엄 헤드폰 시장은 연간 성장률이 무려 21%를 기록했다. 시장 규모는 전체 헤드폰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음량조절장치, 마이크 등 모바일 기기와 연관된 기능을 담은 프리미엄 헤드폰이 시장을 주도했다.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헤드폰을 모바일 기기와 연결해 사용하는 소비자 비율은 지난 2012년 36%에서 이듬해 55%를 기록해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헤드폰을 태블릿PC와 연결해 사용하는 비중도 두 배 이상 커졌다.
중국에서도 헤드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P컨설팅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후 4년간 중국 이어폰 판매량은 매년 20% 이상 늘었다. 중국 이어폰 시장 규모는 판매액 기준 지난 2012년 75억위안에서 오는 2016년 130억위안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헤드폰 업계, ‘프리미엄’으로 대동단결
최근엔 음악 감상이 일상화되면서 고음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여기에 젊은 소비층의 증가로 제품의 디자인이나 브랜드가 갖는 중요성도 커졌다. 이에 업계는 프리미엄 헤드폰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세계 헤드폰 시장을 주도하는 독일 젠하이저는 제품 가격이 200만원에 달하는 최고급 헤드폰과 119만원짜리 최고급 이어폰을 출시했다. 일반 이어폰도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10만원대 제품으로 만들었다. 소니, 오디오테크니카 등 전통적 강자인 일본 업체들의 발걸음도 바쁘다.
최근 글로벌 IT 업계에서도 헤드셋은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필수적인 전자 액세서리로 여겨지는데다 모바일기기를 판매할 때 번들 형태로 포함돼있기 때문에 마케팅 측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애플이다. 애플의 이어폰은 굳이 애플의 기기를 쓰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사서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신제품보다 이어폰 성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여기에 애플은 지난해 프리미엄 헤드폰으로 잘 알려진 비츠일렉트로닉스를 30억달러(3조2000억원)라는 거금에 인수했다. 비츠일렉트로닉스는 미국에서만 프리미엄 헤드폰 시장의 6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 업체의 ‘닥터드레’ 헤드폰은 베스트셀러 중 하나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프리미엄 헤드폰 시장에 ‘레벨’이라는 이름으로 고사양 헤드셋, 이어폰 타입의 제품 등을 내놓으며 출사표를 던졌다. LG전자는 지난해 중순 세계적인 오디오 브랜드 하만카돈과 함께 프리미엄 블루투스 헤드세트을 출시했다.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블루투스 이어셋 시리즈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국내 블루투스 헤드폰 시장의 강자가 됐다는 평가다.
전문 오디오 제조사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음향 기기 전문 업체 하만은 40만원대 헤드폰을 내놨다. 일본 음향 기기 업체 JVC는 지난해 세계 처음으로 나무 진동판을 사용해 고음질을 구현한 프리미엄 이어폰 3종을 출시했다. 덴마크 자브라도 무선 이어폰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선보이는 등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프리미엄 시장만 공략하는 업체도 있다. 영국 아토믹플로이드(Atomic Floyd)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최근 고가의 티타늄을 소재로 한 프리미엄 이어폰을 출시, 호평을 받고 있다.
NPD그룹은 모바일 산업의 발전으로 헤드폰 시장이 르네상스를 맞이했다고 분석한다. 새로운 브랜드와 디자인이 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