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스테이트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미얀마정부에서 그동안 외국인들에게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해왔던 곳이다. 첩첩산중에 있는 친스테이트로 가는 길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심지어 친스테이트를 다녀왔다면 어디냐고 묻는 미얀마사람들도 허다하다. 양곤에서 시작하는 3박4일 투어는 천불이 넘는 실정이다.바간에서 가려고 하니 일반 차량으로는 갈수 없는 험한 길인데다 길을 아는 기사가 많지 않아 하루 차량렌트비만 2백불이 넘는다.
친스테이트로 가는 길은 곳곳이 공사중이다. 외국인출입을 허용한지 얼마되지 않아 관광유치를 위해서인지 열심히 도로건설중이다. 가는 길 내내 먼지와 험한 도로로 인해 덜컹거림이 계속 이어진다. 도로사정을 보아하니 우기에는 거의 갈수 없는 지역이다. 그렇게 힘들게 간 친스테이트의 첫느낌은 허망하기 짝이 없다.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친스테이트에는 여러 마을이 있지만 여행자가 묵을수 있는 동네는 캄펠렛과 민닷 두곳이다. 캄펠렛은 그나마 리조트가 두곳이 있고 민닷에는 리조트와 게스트하우스가 각각 하나씩 있다. 이름이 리조트라고는 하지만 방에는 침대 두개와 책상 하나 그리고 샤워시설조차 열악하다. 전기는 개인발전기를 돌려서 사용해야 하고 전화가 있는 집도 거의 없다.
불교국인 미얀마에서 드물게 기독교인이 80%인 지역이다. 다른 지역과 달리 교회가 많다. 불교사원은 드물게 있어서 일부러 찾아봐야 하는 곳이다. 길에서 만나는 탁발모습이 오히려 반갑고 낯설게 느껴지는 곳이다. 하지만 요란한 종교활동은 보기 어려운 곳이다. 교회는 교회답게 소박한 모습으로 동네마다 자리잡고 있다.
3천미터가 넘는 빅토리아산은 친스테이트 마을사이에 우뚝 서있다. 빅토리아산 정상까지는 차를 타고 올라갈수 있도록 길이 나있다. 사람들은 차를 타고 가기도 하고 모터바이크를 타고 올라가기도 하고 걸어서 올라가기도 한다. 산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빅토리아산 정상에는 불상과 불탑이 서로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산 어디에도 빅토리아마운틴이라는 표시를 찾을수가 없다. 단지 낫마따웅국립공원이라는 표지판이 있을 뿐이다.
낫마따웅국립공원은 히말라야의 끝자락이라 네팔에서 흔히 보는 랄리구라스라는 로도덴드론을 지천으로 볼 수가 있다. 외국인이 트래킹할때는 반드시 현지공원직원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 정해진 길을 가야하고 국립공원을 훼손하는 행위를 감시하기도 한다. 공원직원의 안내하에 트래킹을 시작하고 마쳐야 한다. 직원은 정해진 도로가 아닌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다. 그래서 트래킹은 모터사이클이 내는 먼지를 마시면서 걸어야 한다. 아름다운 경치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만나는 모터사이클때문에 고역이기 일쑤이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올라가는 길에 친해진 국립공원직원은 내려오는 길은 샛길로 안내한다. 친해지고 나면 규칙또한 융통성이 있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친스테이트에서 버마말은 통하지가 않는다. 밍글라바라면서 반갑게 인사를 건네면 생뚱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화답한다. 친스테이트는 미얀마에 속해 있지만 미얀마사람들조차 통역이 필요한 곳이다. 말은 통하지 않는 곳이지만 웃으며 인사를 건네면 누구나 반갑게 인사를 받아준다. 이방인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외국인을 보면 손님을 맞이하듯이 호의적이다.여행자를 위한 편의시설은 거의 없는 편이라 불편한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사냥을 즐기는 호전적인 친족마을에서는 가끔은 위험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험한 도로때문에 타이어가 터지는 일이 다반사이다. 친스테이트를 잘 아는 경험많은 기사나 가이드는 제반 상황을 점검하면서 조심스럽게 다녀야한다. 그래서 친스테이트여행은 예정과 달리 제한적일수 있다.
이런 모든 불편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친스테이트는 다르다. 진정한 미얀마의 속살을 보기위한 여행을 하고 싶다면 친스테이트여행은 최선의 선택이다. 마을을 하루종일 걸어다녀도 관광객이라고는 만나기 어려운 곳, 열려진 문사이로 인사를 하면 반갑게 맞으며 집구경을 시켜주고 이것저것 자랑하는 곳, 말은 통하지 않아도 옆에 앉아서 쳐다보며 같이 웃을수 있는 곳, 친스테이트는 그런 곳이다. 먼 이국땅에서 온 이방인을 관광객이 아닌 손님으로 맞아주는 곳이라 친스테이트에서는 행복하다. 돈을 쓰는 손님이 아니라 보고싶어 찾아온 손님대접을 하는 곳이다.
오래전 왕이나 귀족에게 잡혀가지 않기 위해서 얼굴을 추하게 보이기위해 문신을 했던 풍습이 여인들의 얼굴에 남아있다. 젊은 여성들은 더이상 문신을 하지 않아서 문신한 얼굴을 보려면 일부러 찾아다녀야 하는데 곳곳에서 나이든 여인들을 쉽게 만날수 있다. 가끔은 사진찍기를 싫어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거리낌이 없다. 그또한 손님에게 대한 대접이라 생각하는 듯 하다. 아이들은 쳐다만 봐도 쑥스럽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무뚝뚝한 표정의 남자들의 얼굴에는 완고하지만 맘은 따뜻한 우리들 아버지의 모습이 있다..
근사하게 차려진 밥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곳이지만 무엇을 먹어도 따뜻하다. 화려하고 아찔한 경치는 아니지만 무엇을 봐도 눈이 편하다. 안락한 침대나 소파는 아니지만 어디에 앉아도 마음과 등이 편하다. 사심없이 친절한 사람들은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여행자로 찾은 친스테이트에서 지내다보면 관광객이 아니라 친척집에 방문한 기분이 된다. 호기심에 여기저기 들여다보던 눈길은 어느새 애정과 친근함의 인사로 채워진다.
시간이 흘러 친스테이트는 고급호텔과 레스토랑이 들어서고 도로는 정비되어 버스나 대중교통으로도 들어갈수 있을것이다. 자연을 닮은 순박한 사람들은 세속에 물들어 장사꾼으로 변하고 문신한 여인들은 사진찍을때마다 돈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때묻지 않은 순수한 산골마을 친스테이트를 여행하려면 하루라도 서둘러 가길 추천한다. 미얀마는 너무 빨리 변하고 있으니깐...
허여사의 여행상담실 http://cafe.daum.net/drivingt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