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시장 판매 둔화에 현지 판매점들이 외국계 제조사에 거액의 판매 장려금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닛케이신문은 중국 현지 자동차 판매점들이 외국 자동차 업체의 높은 판매 목표와 재고로 인해 경영이 악화됐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자동차 업체 측이 대리점의 판매 목표 달성에 따라 판매 장려금을 주는 것이 관습이지만 경영 악화로 인한 보상 요구는 이례적이다.
중국 자동차 판매점들은 중국 자동차 유통협회를 통해 협상에 나섰다. 각 업체별 요구액이 수억위안 규모에 달해 제조사들은 부당하게 높은 요구라는 반응이다.
경영 악화에 따른 보상 요구는 외국 자동차 제조사에만 한정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새로운 중국의 외국자본 길들이기라는 견해도 나오는 상황이다. 제조사들은 협상이 결렬되면 향후 중국에서 어떠한 정치적 압력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보이고 있다.
판매점들은 신차 1대당 1000~4000위안(약 17만원~70만 원) 정도의 판매 장려금을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 이런 보상 요구가 늘어날 경우 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지불할 보상금은 수백억 위안 규모에 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독일 BMW는 결국 사태 수습을 위해 총 51억 위안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일본 닛산의 중국 합작사 동풍 닛산도 수백억엔 규모의 보상금을 출자하기로 했다. 혼다 역시 지불을 검토 중이다.
보상 요구를 받고 있는 제조사들이 하나 둘 씩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하며 아직 결정하지 못한 다른 제조사들에게는 압박이 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독일 폴크스바겐, 일본 도요타 등도 일제히 물밑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에는 일부 판매점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사이트에 프랑스 르노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투서하는 등 외국 자동차 제조사에 대한 비판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중국 당국은 일부 외국 자동차 업체들의 반독점 조사에 나서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