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파사용료 276억원 vs 통신비 절감 1조원

[기자수첩]전파사용료 276억원 vs 통신비 절감 1조원

알뜰폰의 원래 이름은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다. SK텔레콤 등 이동통신망사업자로부터 통신망을 빌렸다고 해서 ‘가상(Virtual)’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통신망 직접 깔 필요가 없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2012년 이후 작년 말까지 3년여 만에 약 460만명이 가입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는 65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작년 한 해에만 8000억원이 넘는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유발한 것으로 추산됐다.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 연간 가계통신비 1조원 이상 절감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요즘 알뜰폰 업계는 ‘전파사용료’ 때문에 골치다. 전파사용료는 일종의 고속도로 통행료다.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했으니 대가를 지불하라는 것이다. 알뜰폰 업체가 가입자 1인당 월 461원을 정부에 낸다. 가입자를 500만명으로 치면 연간 276억원이다. 정부는 알뜰폰 시장안착을 위해 3년간 전파사용료를 면제해줬는데 올해 9월이면 면제기한이 끝난다. 알뜰폰 업계는 한 번 더 면제해 달라는 주장이다. 덩치만 크고 체력은 약한 초등학생처럼 알뜰폰이 아직 자립할 준비가 안 됐다는 이유에서다. 작년 알뜰폰 전체 적자는 900억원이 넘었다. 전파사용료가 부과되면 알뜰폰 불씨가 사그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난색을 표한다. 세수 부족이 이유다. 가뜩이나 정부에 돈이 없으니 다만 몇 백억원이라도 보태야 한다는 시각이다. 재정당국으로선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너무 고지식한 업무방식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1년에 300억원 정도를 투자해서 가계통신비를 1조원이나 줄여줄 수 있다면 이처럼 수지맞는 장사도 없다. 가뜩이나 힘든 살림에 가계통신비라도 줄여보려는 사람들이 속속 알뜰폰을 찾고 있다. 그런데 전파사용료가 부과되면 업계 적자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알뜰폰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마침 정부 당국자와 업계가 모여 실무협의를 시작했다. 무엇이 진정 국민을 위한 정책인지, 나무보다 숲을 보고한 선택인지, 깊이 생각한 뒤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