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제조사들이 6㎜대에 이어 5㎜대 벽을 허문 ‘초박형’ 스마트폰을 앞다퉈 선보이며 ‘두께 전쟁’에 돌입했다. 무게를 줄이고 그립감과 시각적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특히 두께 전쟁은 후발주자인 중국업체들이 주도하면서 삼성전자·애플 등 선발주자를 압박하는 형국이어서 주목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얇은 스마트폰은 쉽게 휘어질 수 있고 배터리와 성능 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3일(현지시각) 미국 IT전문매체 GSM아레나는 중국 쿨패드가 공개한 ‘이비(Ivvi) K1 미니’가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비’의 하위 브랜드인 이비 K1 미니는 지난달 일부 외신에서 출시 소식이 흘러나왔지만 세부적인 스펙과 기능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이비 K1 미니의 두께는 4.7㎜다. 기존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 타이틀을 가졌던 ‘X5 맥스’(4.75㎜, 제조사 비보)보다 0.05㎜ 더 얇다. 중국 오포의 ‘R5’(4.85㎜)보다는 0.15㎜가 더 얇다. ‘아이폰6’가 6.9㎜,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의 가장 얇은 스마트폰 ‘갤럭시A7’은 6.3㎜다. 일반적으로 두께가 6㎜대만 돼도 초박형 스마트폰으로 불린다.
6㎜대 스마트폰이 처음 나온 것은 2012년 초다. 당시 화웨이가 기존 ‘모토로라 레이저’(7.1㎜)보다 0.42㎜ 얇아진 6.68㎜의 ‘어센트 P1 S’를 공개했다. 그 이후 샤오미를 비롯한 각 제조사가 연이어 6㎜대 스마트폰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지오니의 ‘엘리페 S5.5’(5.55㎜) 같은 5㎜대 폰도 등장했다.
스마트폰 두께는 화면 크기와 함께 주요 경쟁 요소 중 하나다. 초박형 스마트폰 제조는 주로 중국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최근 나온 4㎜대 제품들도 모두 중국 제조사가 만들었다. 비보와 오포는 초박형 스마트폰을 앞세워 지난해 3분기 글로벌 LTE 스마트폰 시장에서 처음 10위권에 진입했다.
두께를 얇게 하려면 백라이트와 배터리 용량, 성능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만큼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발전하고 있다는 의미다. 비보나 오포가 제2의 샤오미로 불리며 언젠가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제조사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에 무조건 얇다고 소비자에 어필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두께가 얇아지면 SD슬롯을 설치하지 못하는 등 기능과 성능에서 여러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공개된 이비 K1 미니는 퀄컴 스냅드래곤 410, 8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1800㎃h 등 보급형 부품을 갖췄다.
내구성도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다. 7.1㎜인 ‘아이폰6플러스’는 지난해 9월 공개와 동시에 휘어짐 논란에 휩싸였다. 관련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논란은 증폭됐고 애플은 “극히 드문 일로 일상생활에서 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한 통신사 단말 담당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얇게 만드는 데 아직은 여러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무조건 얇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중국이 기술력에 바탕을 두고 이런 제약 사항을 극복한다면 국내 제조사에 또 다른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