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를 비롯한 저소득층과 장애인에게 TV시청은 몇 안 되는 즐거움이다. 따로 돈을 쓰지 않고도 몇 시간이고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워낙 빈곤해 TV를 장만할 여력도 없는 사람이 있다. 아날로그TV방송이 디지털TV로 넘어가 아예 TV를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을 돕고자 정부가 저소득층 디지털TV 구매와 시청 지원 사업을 한다. 국내 디지털TV제조사가 만든 보급형 모델 8개에 한해 구매를 돕는 사업이다. 케이블, IPTV와 같은 유료방송을 이용할 경우 요금 감면 혜택도 준다.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겠다는 이에게는 안테나도 무상으로 설치해 준다.
그런데 가격과 성능을 따져볼 때 지정된 보급형 모델보다 일반 시장에서 구입하는 게 낫다고 한다. 정부가 보급형 모델 가격을 더 내렸는데도 그렇다고 한다. 일부 모델의 경우 시중에 판매하는 모델이 더 싼 경우도 있다. 가격뿐만 아니라 성능도 시판 제품이 되레 더 낫다. 평균 30% 수준인 유료방송 추가 이용 요금 감면 혜택도 저소득층엔 부담이 적지 않다. 구매 및 시청 지원 사업 실효성을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예산은 한정돼 있어 구매 지원금을 당장 늘릴 수 없지만 제품 선택권만은 줘야 한다. 지원 대상 모델을 한정하지 말라는 얘기다. 국산 제품에 한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VoD를 이용하고, 채널 선택을 늘리는 데 드는 추가 요금 부담도 경감해줄 필요가 있다. 감면률을 높이면서 유료방송사업자에 다른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저소득층이 내는 시청료에 한해 일부를 유료방송에 배분하는 것도 방법이다.
디지털TV 구매 및 시청 지원 사업은 쓰는 예산에 비해 효과가 크다. 다른 일반 복지사업과 비교해 더욱 그렇다. TV제조사도, 유료방송사도 큰 손해만 아니라면 기꺼이 동참할 공익사업이다. 정책 수혜자에 선택 기회를 더 준다면 사업 효과는 더욱 커진다. 지원 취지는 유지하면서 시장 현실에 맞게 제도를 보완한다면 100% 디지털TV 시대를 더 앞당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