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2월 10일, X선을 발견한 독일의 물리학자이자 세계 최초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빌헬름 콘라트 뢴트겐(Wilhelm Conrad R〃ntgen, 1845~1923)이 생을 마감했다.
뢴트겐은 프로이센의 레네프에서 직물 생산업자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을 네덜란드에서 보낸 그는 평범한 학생시절을 보냈지만, 뜻하지 않은 변수를 만난다. 위트레흐트 기술학교에 다니던 중 사소한 이유로 퇴학당하고 다른 학교에 입학하지 못하게 됐다. 결국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없어 대학도 가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취리히 연방 기술전문학교가 시험만 통과하면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그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이후 취리히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후 1874년 스트라스부르크 대학에서 강사가 됐고, 이듬해 호헨하임 농대에서 교수가 된다. 1876년에는 스트라스부르크 대학으로 돌아와 물리학 교수가 되고, 이후 기센대와 뮌헨대 등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초기에는 열전도와 전자기장 관련 연구를 했다. 뷔르츠부르크대학교에서 물리학 연구소장을 맡는데, 이를 전후해 음극선 연구에 착수했다. 1895년에 뢴트겐은 각종 진공관 시험에서 전하가 방전되는 작용을 관찰하고 있었는데, 음극선이 형광작용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어 마분지 덮개로 진공관을 덮고 실험해도 발광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수차례 관찰했다. 그는 형광이 발생하는 원인이 방전관에 있음을 밝혀냈고, 여러 물체에 대해 기존 광선보다 훨씬 큰 투과력을 가진 방사선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를 다른 방사선과 구별하기 위해 ‘X선’이라고 이름 지었다. X선을 발견한 후 아내의 손을 X선으로 찍었는데, 뼈의 모습과 반지까지 선명하게 찍혔다.
뢴트겐은 X선을 발견한 업적으로 1901년 최초의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X선 발견은 뒤이은 라듐의 발견과 함께 19세기 말 2대 발견으로 불리기도 했다.
뢴트겐은 악성 종양으로 사망했지만, 방사선 연구 때문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방사선 연구를 한 기간이 짧았고 납 보호막을 계속 사용했기 때문이다.
현재 뒤셀도르프 인근의 렘샤이트(옛 레네프)에는 뢴트겐이 태어난 집과 도이치-뢴트겐 박물관이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