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이 사물의 표면에 닿을 때 스며들거나 퍼지지 않고 동그란 형태를 유지하는 것을 초소수성이라 한다. 초소수성을 지닌 소재는 물에 젖지 않고 습기에 강해 얼음 제거와 부식 방지, 위생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된다.
현재 대부분 재료들은 이 같은 특성을 얻기 위해 화학적 코팅이 필요하다. 하지만 화학 코팅은 시간이 지나면 벗겨지거나 환경적인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활용이 제한적이다.
미국 로체스터대학 연구진은 추가적인 화학 코팅 공정 없이 나노·마이크로 수준의 레이저 패터닝 공정으로 금속 표면에 초소수성을 부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금속 자체에 패터닝하기 때문에 반영구적이다. 물이 미끄러지며 먼지도 함께 제거돼 자기 정화 특성도 가진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마이크로와 나노 수준에서 금속의 표면을 변형하기 위해 강력하고 빠른 레이저 펄스를 사용했다. 1펨토초(1000조분의 1초)라는 극히 짧은 시간 동안 강력한 에너지를 발사하는 레이저다. 나노 크기와 마이크로 크기의 패턴을 표면에 복합적으로 그려 소재 자체가 갖는 표면장력의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물과 닿는 면적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초소수성뿐만 아니라 금속 표면이 빛을 효율적으로 흡수하는 특성도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녹이 슬지 않으면서 반복적인 세정작업도 필요 없는 태양전지 패널 등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은 양의 물로도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건축물과 화장실 등 다양한 일상 생활 분야에도 활용도가 높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우선 공정 속도다. 가로·세로 길이 1인치의 금속 표면에 패턴을 형성하는데 1시간 가까이 걸린다. 레이저 펄스에 필요한 전력 소모를 줄일 필요도 있다. 연구진은 공정 속도 개선과 함께 금속뿐만 아니라 반도체, 유전체 등 비금속에도 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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