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을 켠다. 수많은 친구들이 등록돼 있지만 맨 처음 뉴스피드(newspeed)에 보이는 건 나와 평소 소통을 많이 하는 친구가 올린 글이나 내 친구들이 ‘좋아요’를 많이 누른 글이다.
한 켠에 있는 ‘친구 찾기’를 들어가 보자. 나의 친구 목록을 기반으로 나와 ‘친구’ 관계에 있을 법한 사람들의 목록이 보인다. 어떤 사람이 내 친구들과 가장 많이 ‘친구’ 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뿐만 아니다. 내 ‘좋아요’를 분석해 선호할만한 콘텐츠도 나타난다.
이런 현상이 뇌 속에서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뉴런’으로 알려진 신경세포 얘기다.
뇌 속 신경세포(뉴런)가 SNS처럼 얽혀 작동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바젤대학교 생명과학센터는 최근 네이처(Nature)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뇌 속 신경세포들이 마치 SNS처럼 서로 연결돼 신경망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뇌에는 수천억개의 신경세포가 존재한다. 한 개의 신경세포는 수천개의 다른 신경세포와 신호를 주고받는다. 이 사이를 잇는 게 시냅스다. 하지만 각각의 연결이 모두 동등한 것은 아니다. 한 개의 신경세포는 몇몇의 세포와는 매우 강한 결합력을 보이지만 나머지 대다수 신경세포와는 연결고리가 약하다.
초기 연구진은 한 신경세포가 수백만개의 신경세포와 소통하며 신경망을 이루는 과정을 설명할 특정 규칙이 있는지 찾고자 했다.
연구진은 대뇌 외피에 있는 시각 영역에 집중해 분석했다. 이 부분은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통해 시각적 인지를 가능하게 한다. 뇌 속 신경세포들은 여러 시각적 패턴에 제각각의 형태로 반응했지만 어떤 세포들이 시냅스를 통해 서로 연결됐는지 판단하기엔 지나치게 많았다. 1㎣당 거의 10만개에 가까운 신경세포들이 밀집돼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고해상도 이미지와 미세전기측정기를 활용한 끝에 연구진은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른 신경세포들과는 약하게 이어져 있거나 혹은 아예 얽혀 있지 않았지만 같은 생각을 하는 신경세포끼리는 더욱 강한 결합력을 보였다. 페이스북에서 여러명의 친구가 등록돼 있어도 이 중 나와 친한 친구는 몇몇에 불과한 것처럼 말이다.
신경망은 약하게 이어져 있는 신경세포들보다 서로 끈끈하게 연결돼 있는 신경세포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신경세포는 자신과 비슷한 기능을 담당하는 다른 신경세포와 밀접하게 연결돼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신경세포들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특정 정보를 해석하고 확장하는 데 서로 힘을 모았다.
그렇다면 나머지 신경세포들과는 왜 굳이 미세하게 연결돼 있을까? 연구진은 신경세포가 ‘친구’인 신경세포 외 다른 세포들과의 연결성을 높인다면 신경세포의 담당 기능이 바뀌더라도 더 빠른 적응력을 보일 것이라 내다본다. 뇌가 환경의 변화에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연구진은 “이 같은 뇌 속 신경망의 정보 처리 과정에 대한 탐구는 훗날 정신분열증이나 자폐증 등 신경병이나 뇌 시뮬레이션 작업 등에 폭넓게 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