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성과를 만들고 확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현실화하는 것입니다.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메이커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창의재단이 창조경제의 문화적 뿌리가 되는 메이커 문화가 확산되도록 힘쓰겠습니다.”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해외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는 메이커 문화가 정부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작활동이 개인의 취미생활 영역을 넘어 첨단기술과 결합해 제품화할 수 있고 소셜펀딩 같은 새로운 펀딩 시스템이 결합되면 사업화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올해 무한상상실 활성화는 물론이고 메이커 교육과 교류의 장 마련까지 메이커 문화 확산을 위해 전 방위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에 대비한 각론(세부 교육과정) 개발도 중요한 임무다. 이와 별도로 우리나라에 필요한 수학·과학 교육의 청사진을 그리는 일도 준비한다. 지금처럼 수시로 교육과정이 바뀌고 그 속에서 학생들이 받아야 할 교육의 목표와 비전이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에서다.
지난해 말 취임한 그는 올해 재단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도약을 모색하는 것도 과제다.
김 이사장은 “창의재단은 설립 50주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정체성을 정립해 세계적인 과학기술진흥 전문기관으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할 시점”이라며 “과학문화 창달과 창의적 인재 양성이란 두 수레바퀴 축을 재단 사업 속에 온전하게 녹여내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단이 직접 연구개발 업무를 하지는 않지만 연구자가 우대받고 활동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면서 “재단이 국가의 미래 인재를 키우고 이들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반을 만드는 선도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2월부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조직개편의 방향과 목표는.
▲취임한 지 3개월 정도 됐는데 취임 이전 수개월의 이사장 공백기가 있었다. 재단에서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조직에 몇 가지 원칙을 주문을 했다. 첫째는 ‘생각하자’다. 국민과 청소년의 창의를 증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재단 직원들이 역량과 마인드를 가지고 주도적으로 기획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협업’이다. 재단이 넓은 스펙트럼에서 과학문화 관련 사업이나 창의인재 양성 사업을 하는데, 내부에서 협업과제로써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외부적으로도 협업 관계가 중요해 상시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강조했다.
셋째는 ‘글로벌화’다. 재단 설립 이후 47년간 과학문화 운동을 펼쳐왔다. 이제 우리 과학문화 수준을 질적으로 도약시키고, 글로벌로 확장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좌표를 찾아가야 한다.
-올해 재단 운영방향은 무엇인가.
▲조직개편 등으로 뛰기 위한 준비를 했다. 사업과 관련해서는 신설한 창의문화정책연구소를 중심으로 사업 기획부터 탈바꿈하고 싶다. 재단의 연구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임무다. 재단이 정부 정책 지원을 선도적으로 하려면 연구 역량이 있어야 한다. 연구역량을 끌어올리고 외부 전문가 그룹과 네트워킹하면서 스스로 체계를 만드는 선단에 서기 위해 연구소라는 플랫폼이 중요하다.
사업 계획으로는 우선 창조경제 문화의 뿌리가 될 메이커 문화를 활성화하고 확산하는 캠페인을 긴 호흡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에서 수학·과학교육 각론을 만드는 임무도 열심히 해야 한다.
우리나라 과학문화의 글로벌화도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경제 대국으로 인식되는 데 비해, 과학기술 대국으로 인식되는 것은 약하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시스템을 수출하고 공적개발원조(ODA) 형태로 적정기술도 보급한다. 이에 과학문화도 해외에 어떻게 보급하고 확산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세계적 기관과 협력해 추진하겠다.
-2018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이 도입된다. 어떤 점이 달라지고 재단의 역할은 무엇인가.
▲총론 발표에 의하면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교육,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 방향을 지향한다. 특히 과학기술 소양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 강화 방안으로 문·이과 구분 없이 누구나 공통으로 들어야 하는 고등학교 과학 과목인 ‘통합과학’과 ‘과학탐구실험’이 신설됐다.
재단은 우선 수학·과학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게 교육과정을 개발하고자 한다. 또 과학적 창의성과 수학적 사고력을 배양해, 지식을 아는 것을 넘어 스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겠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차세대 과학교육 표준을 만드는 것처럼 우리도 이런 장기 계획을 강화해야 한다. 연구소에서 미래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조사·분석하고, 이런 변화에 맞는 핵심 소양을 정의해서 교육 방향을 세워야 한다. 특히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서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은 시민이 1만명이나 참여해서 교육 과정을 만드는 것처럼 우리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긴 숨으로 전개해 나가는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
-창의적 인재 양성 기반을 만드는 것이 재단의 중요 역할인데 창의력을 가진 인재란 어떤 사람인가.
▲창의적 관점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말한다. 어릴 때부터 과학관, 도서관 등과 같이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창의적인 공간을 자주 이용하고 창의적인 활동이나 프로그램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양한 경험이나 체험을 많이 하거나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친구들과 토론하거나 협업하는 등의 경험도 창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환경을 만들어 주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 창의인재 양성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창조경제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Think Different’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돌아와서 벌인 사회 캠페인이기도 하다. 과학자, 예술가, 철학가 등 다르게 사고하는 사람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에디슨의 사례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사회 전반에 많아져야 한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가장 창조적인 결과를 낸다고 한다. 자신만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 사람이 창조경제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다.
-재단에서 진행하는 융합인재교육(STEAM) 성과는.
▲융합인재교육은 학생의 실생활 문제해결력과 융합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과학이나 수학 과목을 기술·공학 나아가 예술 등과 접목해 가르치는 교육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과학기술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그것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그러나 우리 학교 현실을 보면 여전히 문제풀이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이뤄지고, 이로 인해 학생들의 수학·과학에 대한 흥미가 저하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STEAM은 2011년에 처음 등장해 2012년부터 본격 추진해 올해로 5년째 실시하고 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STEAM 교육의 개념을 정립하고, STEAM 리더스쿨과 교사연구회를 확대해 1만명의 선도교원을 양성했다. 현재도 단계별 맞춤형 연수로 교사들의 교수법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일반 학교의 참여를 이끌어내 STEAM 교육이 학교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역점을 뒀다.
올해부터는 2016년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에 대비해 융합형 체험 탐구 활동을 강화하고, 진로 교육과 연계한 융합형 콘텐츠를 개발·보급하는 등 정부 정책과 연계시켜 나갈 계획이다.
◇2015년 한국과학창의재단 주요 프로젝트 ‘메이커 문화 확산’
재단이 올해 첫손에 꼽는 사업은 메이커 문화 확산이다. 정부 부처는 물론이고, 다양한 기관들이 창조경제 성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 자신의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현실화되는 것을 체감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메이커 문화 확산을 통해 국민이 창의적 체험활동에 참여하고,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김승환 이사장은 “미국은 DIY 문화, 일본은 오타쿠 문화가 있고, 중국도 산업적으로 빠르게 창의공간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창작문화가 창조경제 문화의 뿌리가 되기 때문에 창작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창의공간 확산은 무한상상실 확산을 통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한상상실은 국민의 아이디어를 개발·발굴하고,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직접 창작해보는 창의공간이다. 지난해까지 미래창조과학부와 창의재단은 전국 광역시도에 13개의 거점 무한상상실을, 시군구에 29개 소규모 무한상상실을 개소했다. 향후 전국적으로 확대해 생활권 내에서 누구나 아이디어 활동을 하고, 상상하고 제작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재단은 무한상상실이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아두이노 등 초소형PC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 △창의성증진교육 프로그램 등을 보급하고 있다.
메이커들이 자발적으로 창의공간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도 추진한다. 초보부터 전문 메이커로 성장하는 단계까지 교육을 제공하는 ‘제로 투 메이커’ 교육, 메이커들이 교류할 수 있는 교류 프로그램, 민간 차원의 소규모 메이커 페어 등을 지원할 생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오프라인으로 연계하는 프로그램도 만들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미국인은 취미활동을 포함해 인구의 57%인 1억3500만명이 스스로 메이커라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면서 “창조경제의 문화적 뿌리를 만들기 위해 우리도 국민 상당수가 메이커라고 관심을 가지게 될 때까지 메이커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승환 이사장은
복잡계 및 뇌과학 분야의 권위자이자 적극적인 과학문화 대중화 활동을 펼치는 소통의 대가다. 특히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언제나 열려 있는 소통을 추구한다. 페이스북 친구가 1500명에 달하고, 수시로 연결된 사람들과 소통한다.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후에도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이어갔다. 재단 직원들과 직급별 소통데이를 갖고, 여기서 나온 의견들을 바탕으로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재단 운영의 키워드로 꼽는 것도 ‘소통’과 ‘협업’일 정도다.
1959년 부산에서 태어났고 1981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물리학자이자 교육자다.
미국 코넬대와 프린스턴 고등연구소를 거쳐 1990년부터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해오고 있으며, 이 기간 동안 연구처장과 산학협력단장, 포스텍 기술지주회사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대외 활동도 활발하게 펼쳐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수석전문위원, 한국뇌연구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올해 한국물리학회 신임회장으로 선임됐다.
복잡계 및 뇌과학 분야의 권위자로 뛰어난 연구역량은 물론이고 과학문화 대중화 활동도 꾸준히 펼쳐왔다. 활발한 언론 기고 및 강연,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공동대표 활동 등을 통해 과학기술정책 개발 및 과학기술과 사회의 소통에 힘써왔다. 지난 2013년에는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과학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시아태평양 물리학연합회 회장,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 소장으로 국제과학기술계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