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조직 정관에 중소기업 지원이 명시된 유일한 실용화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뿌리산업, 청정생산시스템, 융·복합생산 3대 분야의 연구개발(R&D)과 밀착 지원으로 우리 기업의 충실한 조력자가 되겠습니다.”
이영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은 ‘연구를 위한 연구’보다는 실제 우리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 개발과 지원이 중요하다고 인터뷰 동안 수차례 강조했다.
생산기술연구원은 기업의 수요에 더욱 긴밀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연초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3개 지역 본부를 △뿌리산업기술연구소(인천) △융합생산기술연구소(안산) △청정생산시스템연구소(천안) 등 3개 연구소 체제로 바꿨다. 이와 함께 전주와 울산에는 별도의 지역본부를 가동해 6개 지역 본부체제도 마련했다.
이 원장은 “각 지역별 기업들의 주력 산업에 맞춰 맞춤형 지원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며 “R&D 기획 단계에서부터 수요자 중심의 기술을 발굴·개발하고 특허출원, 기술이전 및 사업화, 사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적 성과관리 시스템을 마련해 기업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생기원과 협력하는 중소기업 수를 획기적으로 더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우리나라에 30만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있지만 생기원의 협력 파트너는 아직까지 2700여개 에 그치고 있다”며 “문턱을 더 낮추고 우리 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더 많이 알려서 중소기업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친밀한 연구원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출연연구원의 기술사업화가 화두다. 생기원은 그동안도 실용화에 집중해 왔는데.
▲생기원의 기능은 크게 ‘실용화 연구’와 ‘기술지원’으로 나뉜다. 특히 산업계 전반의 기술 경쟁력 제고에 꼭 필요한 뿌리기술, 청정생산, 융·복합 기술에 주력한다.
생기원은 일찍부터 ‘보고서에서 제품으로, 실험실에서 현장으로’를 모토로 기술사업화에 집중해왔다. 성과확산 전담조직(TLO)을 사업전문형 CBO(Creative Business Office) 체제로 정비하고, 기술이전 기여자에 대한 보상도 강화했다. 기술 사업화 전략 프로그램으로 ‘슈퍼(Super) IP사업’, ‘기업주문형 기술이전(Tailored R&D)사업’ 등도 강화하고 있다.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2014 대한민국기술사업화대전’에서 ‘기술 이전·사업화 우수기관’ 산업부 장관 포상도 받았다. 지난 5년간 937건의 기술이전을 성사시켰으며, 이 가운데 97%가 중소기업과 이뤄졌다.
-생기원 하면 뿌리산업 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성과와 향후 계획은.
▲주조·금형·용접 등 뿌리기술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국가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의 경쟁력 향상도 기대할 수 없다. 생기원은 정부의 뿌리산업 육성 법률 제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데 이어 정부로부터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운영을 위임받고 있다. 매년 ‘뿌리산업 주간’을 지정해 뿌리기업인을 포상하고, 뿌리기업 명가 선정, 전문 기술인력 양성, 뿌리 전문기업 육성 등 뿌리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우수 인력을 확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뿌리기업의 현황은 평균 근로자 수 10.4명, R&D 혁신 역량 부족,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기피 업종으로 인식돼 왔다. 생기원은 ‘뿌리산업의 미래가 곧 우리 제조업의 미래’라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뿌리산업을 자동화되고(Automatic), 깨끗하고(Clean), 편안한(Easy) ‘ACE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다.
-연구 인력의 생산현장 파견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들었다.
▲중소기업은 자금, 기술력 등 부족한 부분이 많다. 특히 전문 기술 인력이 부족하다. 생기원은 출연(연) 소속으로 신규인력을 뽑아 3년 간 기업현장에 파견, 기업의 기술 경쟁력 제고를 돕는 ‘기술인재지원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중소기업의 구인난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412명의 연구 직원을 파견했다. 발전기 분야 박사급 연구원 한 명은 기업체 파견 기간 동안 9건의 특허를 출원하고 3건의 신제품을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지금은 기술을 지원하던 회사로 전직한 상태다.
3년 전부터는 생기원의 석·박사급 정규 연구 인력을 기업에 파견, 기업 현장 애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1인 2사 멘토제’도 시행한다. 생기원의 연구 인력에게도 현장 경험은 중요하다. 기업과 기관이 모두 긍정적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상생협력이 된다.
-‘제조업 혁신 3.0’과 맞물려 스마트공장 확산에도 생기원의 역할이 크다.
▲정부는 2020년까지 1만개 공장의 스마트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제조업 혁신 3.0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주조·열처리·금형·소성가공·용접·표면처리의 6대 뿌리산업과 제약업종에서 10개사 이상의 모델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뿌리기업 자동화 설비 지원 사업’ ‘스마트공장 보급사업’과 연계해 6월까지 진행된다.
생기원은 이 같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스마트공장 확장 추진에 발맞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동종기업 간 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한 스마트공장 도입과 확산을 맡는다. 이를 위해 한국콜마·대원제약·제약협회·LS산전·대한상의·전자부품연구원과 제약분야 스마트공장 확산 협약도 별도로 체결했다.
스마트공장 시범구축사업도 중요하다. 시화반월 산업단지 내 뿌리기업을 대상으로 보급형 스마트공장 모델을 시범적으로 가동하게 된다. 이후 성과와 개선점을 도출하고 다양한 분야로의 확대 적용방안까지 수립할 계획이다.
-최근 중점을 두고 추진 중인 기업지원 사업이 있다면.
▲‘타깃형 히든챔피언 육성 사업’은 지난해 유관기관 가운데 최초로 도입해 1단계 과제를 마쳤다. 독일의 미텔슈탄트(Mittelstand) 즉, 중소기업은 글로벌 위기 후 히든챔피언으로 부상해 독일경제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독일의 히든챔피언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생기원에서는 이런 부분에 착안해 잠재력을 지닌 국내 중소기업을 발굴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로 타깃형 히든챔피언 사업을 시작했다.
해외 시장진출 및 점유율 확대가 가능한 기술을 선정해 기술개발 및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는 1단계와 해외인증 등 시장 맞춤형 후속연구, 기술마케팅을 수행하는 2단계로 나눠 진행한다. 생기원은 중소기업이 보유 중인 기술 가운데 해외진출 잠재력을 지닌 ‘타깃 기술’을 발굴해 생기원 내부 연구자가 진행 중인 과제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2~3년에 걸쳐 맞춤형 R&D를 지원한다.
지난해 11개 기업을 선정해 회사별로 3억원 내외를 지원했다. 출연(연) 전체 평균 연구생산성이 3.98% 수준이지만, 이 사업에서는 생산성 21.7%를 달성했다. 평균의 5배 이상의 높은 성과를 낸 것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생산기술연구원의 ‘슈퍼(Super) IP사업’
연구기관이 기술개발을 진행하면 성과물로 특허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 제품으로 연결되지 못하거나 현장에서 전혀 활용되지 않는 것들도 적지 않다. 이런 미활용 특허는 유지하는 데 비용만 들고 언제 쓰일 지도 알 수 없는 골칫거리가 되기 쉽다.
생기원이 지난해 시작한 ‘슈퍼 IP사업’은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자는 데서 출발했다. 실제 수요기업의 요구에 맞춰 연구개발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기술로 만들어 실제 활용과 기술이전 성과를 극대화하자는 접근이다. 기업이 실제 요구하는 분야에서 과제 기획이 이뤄지기 때문에 휴면 특허가 될 가능성을 현저히 낮춘 것이 특징이다.
먼저 기업이 주문한 기술 가운데 생기원이 진행할 R&D 과제를 선정한다. 관련 기술과 기업정보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뤄진다. 이후 개발한 기술과 특허에 대해서는 수요기업과 생기원이 함께 마케팅에 나선다. 수요를 늘리고 기술이전 작업도 진행한다. 성과확산을 위한 기술 설명회도 이뤄지고 필요한 경우에는 표준화와 사후관리 체계까지 별도로 마련하는 방식을 따른다.
지난해 생기원은 18개의 슈퍼 IP사업 과제를 진행했다. 총 21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 결과 기술이전 4건을 완료했고 12건의 기술 이전 협의가 진행 중이다. 예상 기술료 수입은 약 24억5000만원이다. 특허도 국내 특허가 등록된 건만 10건에 달하고 국제 특허출원도 7건을 기록했다.
이영수 원장은 “R&D 과제 기획부터 연구자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시장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을 발굴해야 한다”며 “개발된 기술도 별도의 마케팅과 특허관리, 사후보완 등으로 가치를 높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수 원장은
이영수 생산기술연구원장은 지난 2013년 12월 취임해 기관장 생활 1년을 조금 넘겼다. 하지만 이미 1995년부터 20년 가까이 생기원에 몸 담아왔다. 1995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들어온 후 수석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 등을 거쳤다. 1954년생인 그는 인생의 3분의 1에 가까운 시간을 생기원의 구성원으로 살아왔다.
이 원장은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KAIST에서 산업공학 석사, 미 위스콘신 메디슨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LG에서 소프트웨어 자동화개발센터부장, 연구소장직을 수행한 경험도 있다. 기업과 연구기관에서 두루 경험을 쌓아온 그다.
누구보다 조직 내부 사정과 역량을 잘 알고 있는 기관장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취임해 추진한 조직의 가장 큰 변화는 기존에 이원화돼 있던 연구부문과 실용화부문을 통합한 건이다. R&D와 기술지원은 생기원을 받치고 있는 양대 축이다. 연구책임자와 실제 활용전담자의 프로세스와 목표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부문 간 장벽을 허물었다.
그는 지난해 창립 25주년을 맞아, 더 큰 도약의 기회로 삼자는 목표 아래 새로운 비전도 선포했다. 키워드는 ‘제조혁신을 선도하는 글로벌 KITECH’다. 국내 최고 실용화 연구기관에서 25주년을 기점으로 연구 생산성과 실용화 지원의 효율성을 더욱 높여 2025년에는 세계 최고 실용화 연구기관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영수 원장은 “스스로 열정을 갖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연구자들이 목표를 달성하면 그것이 곧 기관의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이를 위해 평가체계를 개편하고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드는 작업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