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올려야 한다면 법인세도 성역이 돼선 안 된다.”(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지난 2일 취임한 집권 여당 신임 원내대표의 말 한마디로 법인세는 정치권에서도 증세 논란의 핵으로 부상했다. 그간 금기시됐던 법인세 인상 논의가 공론의 장에 올라 왔다.
유 대표는 “어느 정도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면 다양한 세금 종류 중 법인세는 절대 못 올린다는 그런 성역을 인정해선 안 된다”며 법인세 인상 불가론에 반기를 들었다.
앞서 꾸준히 법인세 인상을 주장했던 야권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날을 세웠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대표는 9일 취임 후 가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법인세를 정상화하는 등 부자감세 철회를 뚫고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민 지갑을 지키고 공정한 조세 체계를 다시 확립하겠다는 뜻이다.
반면에 대통령은 법인세를 포함한 증세 자체에 부정적이다. 박 대통령은 같은 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증세는)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한다”며 증세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아무리 세금을 거둬도 기업이 투자의지가 없고 국민이 창업과 일에 의지가 없다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증세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으로 경제활성화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여권 내에서도 법인세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유 원내대표와 달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법인세 인상은 “제일 마지막에 할 일”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다. 김 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문제를 제기했으나 증세보다는 복지 구조조정에 무게를 실었다.
법인세 인상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지자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한발 물러서 추이를 지켜보는 모양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4일 국회 현안보고에서 증세와 관련, “복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후 재원 조달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야당, 국민 생각이 모두 다르니 국회가 이런 부분에서 합의를 이뤄주면 그에 맞춰 증세나 복지 구조조정을 결정하겠다”는 설명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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