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는 유·무선 모든 영역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미 기가급 인터넷 시대를 맞았다. 스마트폰 사용률이 80% 이상 되는 모바일 퍼스트 국가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ICT 인프라를 가진 한국이 지속적으로 ICT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선도형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선 풀어야 할 몇 가지 숙제가 있어 보인다.
우선 당면하고 있는 ICT 산업의 성장 정체에 따른 위기다. 스마트폰 이후 성장동력 부재와 일본, 유럽의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맞물려 ICT 산업 성장이 둔화됐으며, 중국 ICT 업체의 급성장으로 수출 감소와 함께 세계시장 점유율이 답보 상태에 빠졌다.
또 생활과 산업 전반에 ICT가 접목돼 보편적으로 활용되고는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현상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 즉, ICT가 일상생활에서 필수품이 된 상황이다.
또 하나는 초연결사회로의 진입이다. 미래사회는 모든 사람과 사물이 연결돼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기술 간, 산업 간 융합이 활성화되고 경제적, 사회적으로 공진화를 추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초연결사회의 핵심 역량인 사물인터넷(IoT) 구축과 이를 통해 수집되는 빅데이터 활용 역량은 제로에 가까운 상태다.
국가 차원에서 우리의 강점인 초고속네트워크를 연계해 IoT 구축과 빅데이터 활용을 선도할 수 있는 두 가지 관점의 접근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첫째, 공공용 IoT 센서를 도로, 공항, 항만 등과 같이 사회간접자본(SOC)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총편익 기준으로 300조원을 웃돌고, 연간 국민 1인당 비용절감 효과는 650만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공공에서 필요한 IoT 센서를 초저가·저전력 국제표준 방식으로 개발해 우선 정부가 설치하고 활용한다면 민간에선 이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고, IoT 인프라 저변 확대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나아가 고속도로, 초고속 네트워크에 이어 또 하나의 역사적 ICT 인프라가 될 것이다.
둘째, 공공 데이터 개방이다. 이미 보유한 데이터와 달리 공공용 IoT 센서들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공공재 개념으로 공용화하고, 이를 기업과 국민 모두에 공개하는 것이다. 공공 데이터의 활용이 세계 최고 수준인 영국은 데이터를 개방함으로써 새로운 유형의 기업 등장과 함께 새 일자리와 수익 창출 등으로 직접적으로 3조원, 간접적으로는 11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고 최근 공개했다.
우리 정부도 이 같은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공 데이터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마켓처럼 운영한다면, 다양한 형태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등장은 물론이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관련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오는 2017년까지 8억개의 IoT 센서가 설치되고, 100만 엑사바이트 규모의 데이터가 수집·활용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분명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전환될 만한 잠재력이다. 따라서 IoT 구축과 함께 손쉽게 데이터 활용이 가능한 환경조성에 국가 차원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IoT 센서의 SOC화와 공공 데이터의 개방화로 새로운 멍석을 깔고, 기업과 국민들로부터 창의적 혁신과 도전정신을 이끌어 내 선도형 ICT 강국으로 도약하도록 밑거름을 깔아야 할 것이다.
김영명 미래창조과학부 창조융합CP(IITP 기술기획그룹장) ymkim001@iitp.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