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악연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넥슨 일본법인은 2012년 6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가진 회사 주식 14.68%를 샀다.
그 당시 두 회사는 지분을 섞는 목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이후 양사의 말을 종합하면 글로벌 게임회사 일렉트로닉아츠(EA)를 공동으로 인수하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다.
EA 인수가 불발된 후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독자적인 시너지를 내려고 협업을 시작했다. 국내 1위와 2위 게임기업이 지식재산권(IP)과 개발력을 공유한다는 구상은 그럴듯했다. 하지만 밀월기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마비노기2’ 갈등의 씨앗
두 회사의 첫 공동개발 아이템은 ‘마비노기2’였다. 2012년 11월 지스타에서 공식화된 두 회사 간 협업은 MS(메이플스토리)실 개발진이 넥슨으로 완전히 철수한 2014년 3월까지 계속됐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2012년 말 ‘N스퀘어’라는 조직을 만들어 개발자들을 투입했다. 김동건 본부장 등 넥슨 핵심 개발인력이 엔씨소프트와 함께 팀을 구성해 약 1년간 게임을 만들었다.
양사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공동개발은 순조롭지 않았다.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각각 나름의 중심을 가지고 게임을 만들다 보니 보고체계가 이중이었을 뿐만 아니라 결과물에서 합의를 보기도 어려웠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서 갈등이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개발에 남다른 자부심을 가진 엔씨소프트 개발진과 넥슨 개발진이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일도 나타났다.
게임사 관계자는 “넥슨이 엔씨소프트와 협업을 종료한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이 공동개발에 참여한 개발진을 다독이는 일이었다”며 “엔씨소프트에 파견나간 직원들이 굉장히 풀이 죽어 있어 경영진 등이 상당히 불쾌해했다”고 말했다.
공동개발 이후에도 넥슨은 지속적으로 협업을 모색했지만 번번이 불발됐다.
마비노기2 등 첫 번째 공동개발 프로젝트가 무산된 이유를 놓고 양사가 서로 네 탓으로 돌리면서 협업진행이 점점 어려워졌다.
◇서로 엇갈린 진술
엔씨소프트는 N스퀘어를 활용한 양사 공동개발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당시 엔씨소프트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넥슨은 공동개발 제안 단계에서 ‘개발비’ 정도를 엔씨소프트에 주겠다는 생각이었다. 넥슨 IP를 활용한 게임을 만드니 이에 대한 비용을 지급할 수 있지만 그 성과는 넥슨이 홀로 가지겠다는 것이었다.
엔씨소프트는 IP 공동개발에 따른 성과배분을 요구했다. 이러한 부분이 해소되지 않은 채 일단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당연히 시너지가 날 수 없는 구조였다는 주장이다.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넥슨이 공동개발이 아닌 용역 정도의 개념으로 접근했다”며 “엔씨소프트의 MMORPG 개발력을 대주주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취하려는 구조다 보니 이에 반발기류가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넥슨은 2014년 3월께 공동개발 프로젝트가 완전히 무산된 후 10월 엔씨소프트 주식을 추가로 인수하며 압박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요건인 15%를 살짝 넘긴 지분을 보유하면서 “경영에 간섭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냈다.
이 과정에서 5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김택진 대표 특수관계인의 보수산정 기준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등 공격적으로 김 대표 주위를 건드렸다.
넥슨은 “특정인을 지목한 것은 아니다”는 주장이지만 김 대표의 동생인 김택헌 전무 그리고 나아가 부인인 윤송이 사장을 겨냥했다는 이야기가 힘을 얻는다.
양사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넥슨은 최근 대표를 바꾸고 모바일게임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등 변화를 위해 상당히 노력하는 모습인 데 비해 엔씨소프트는 친인척이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모바일로의 변화도 소극적”이라며 “넥슨 경영진 시각에서는 엔씨소프트의 경영이 후진적이라는 인상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로서는 현재 견고한 매출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경영간섭이라는 불쾌감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넥슨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의 성과는) 지금 숫자상으로 볼 문제는 아니다”며 “리니지 등 몇몇 게임을 제외하면 매출원이 다양하지 못한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일부 프로젝트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
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