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특허괴물 인텔렉추얼벤처스(IV)가 시만텍을 상대로 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이겼다. 배심원 평결에서 승소한 것은 이번이 업계 처음으로, 최소 3만여개의 특허를 가진 만큼 향후 보유 특허에 대한 소송전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글로벌 특허관리 전문업체(NPE) 인텔렉추얼벤처스가 미국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보안 업체 시만텍(Symantec)을 상대로 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최근 승소했다고 11일 BBC 및 주요 외신은 보도했다. 배심원단이 특허 전문 업체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텔렉추얼벤처스는 지난 2010년 보안 소프트웨어에 관한 자사 특허 3건을 침해했다며 시만텍에게 소송을 걸었다. 이 중 2건의 침해 사실이 인정돼 시만텍은 인텔렉추얼벤처스에 1700만달러(187억원)를 배상할 전망이다. 로열티는 지불하지 않는다.
인정된 특허 2건은 1997년 유타주의 파크시티그룹과 AT&T에 인수된 방송통신업체 아메리테크(Ameritech)가 출원한 것으로 이메일 보안 및 데이터 보안관련 기술이다.
시만텍의 기업 메시지 보안 플랫폼인 ‘브라이트메일 게이트웨이(Brightmail Gateway)’와 웹 보안 솔루션 ‘웹 게이트웨이(Web Gateway)’가 이 특허들을 침해했다는 게 골자다.
시만텍 대변인은 “인텔렉추얼벤처스가 내세웠던 금액보다는 적어 다행”이라며 “향후 발생할 비용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인텔렉추얼벤처스는 당초 2억9800만달러(3271억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멜리사 피노키오 인텔렉추얼벤처스 소송 책임자는 “배심원단이 특허의 정당함을 인정한만큼 향후 특허권 방어와 투자자, 고객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배심원단이 특허 전문 업체의 권한을 인정한 첫 사례다. 이전까지 특허 전문 업체(NPE)들은 배심원 평결에서 종지부를 찍지 못했다. 지난해 인텔렉추얼벤처스와 모토로라모빌리티 간 공판도 배심원들의 의견이 엇갈려 미결정으로 끝난 바 있다. 이 소송의 재심은 다음달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열린다.
이에 정보통신(IT) 업계에서 인텔렉추얼벤처스를 포함한 특허괴물(patent troll)의 소송전이 더욱 잦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텔렉추얼벤처스는 글로벌 NPE 업체 중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인텔렉추얼벤처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네이선 마이어볼드가 지난 2000년 세웠다. IT나 바이오 등 제반 분야의 특허를 싼 값에 사들여 이를 사용하려는 기업들에 라이선스 비용을 받아 사업을 운영해왔다. 매년 라이선스 수익료로 30억달러(3조2930억원) 이상을 거둔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회사가 보유 중인 기술 특허는 최소 3만여건에서 많게는 6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 2012년 기준 미국에서 5번째, 세계에서는 15번째로 많은 규모다.
회사는 자회사를 통한 우회적 방법으로 기업들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소송 대신 투자를 유도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그러다 지난 2010년 처음으로 직접 특허 소송을 제기해 IT업계의 우려를 샀다. 광범위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무기로 소송을 내면 피해 배상은 물론이고 라이선스료, 로열티 등 금전적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당시 인텔렉추얼벤처스가 소송을 낸 IT기업은 시만텍을 포함해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엘피다·체크포인트·래티스반도체 등 9개 업체다. 하이닉스는 D램 및 플래시메모리 등 회로 기술을 도용했다는 혐의를 받았으며 양사는 지난 2012년 합의했다.
한편 인텔렉추얼벤처스는 이번 평결의 대상이 된 특허들을 체크포인트(Check Point)와 인텔의 맥어프리(McAfree), 트렌드마이크로(Trend Micro)도 침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체크포인트와 맥어프리 양사와는 합의가 났지만 트렌드마이크로사와의 공판은 오는 5월 개최될 예정이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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