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분쟁은 △김택진 대표가 넥슨 측 지분을 인수하거나 △양사가 새로운 협업 모델을 발표하거나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을 제3자에게 파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최악의 경우 넥슨이 엔씨소프트를 완전히 인수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가장 첫 번째로 거론되는 것이 김택진 대표의 넥슨 측 지분인수다. 재벌닷컴 등에 따르면 김 대표는 현재 1조원 이상 개인자산을 보유 중이다. 넥슨이 가진 15.08% 지분을 살 수 있는 자금이 충분하다. 넥슨은 2012년 주당 25만원에 엔씨소프트 주식 14.68%를 총액 8045억원에 샀다.
김택진 대표가 적절한 시점에 넥슨에 판 지분을 되사는 것은 현재로서는 두 회사가 가장 깔끔하게 이별하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경영권 분쟁 이후 고공 상승 중인 엔씨소프트 주가인데 엔씨소프트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김 대표 의지에 달린 문제이긴 하지만 현재 주가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을 제3자에게 파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때도 주가가 문제다. 지난해 10월 13만원대였던 엔씨소프트 주가는 경영권 분쟁 논란 이후 60% 이상 뛰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양쪽 모두 3자 매각이 부담스럽다.
양사가 새로운 협업 모델을 발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방식에서는 넥슨이 열쇠를 쥐게 된다. 마비노기2 등 첫 번째 공동 개발사례에서 볼 수 있듯 공동 개발에 엔씨소프트보다는 넥슨이 더 적극적이다.
다만 협업이 게임개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수익 배분문제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데다 이미 한 차례 실패를 거치며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 검증됐기 때문이다.
세 가지 가능성 이외에 남은 또 하나의 유력한 시나리오는 넥슨이 엔씨소프트 주식을 계속 보유한 채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다.
넥슨으로서는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지금처럼 엔씨소프트를 압박하면서 협업이나 주가상승 등 여러 이익을 볼 수 있다.
엔씨소프트의 반발이 계속되면 경영참여라는 ‘초강수’로 회사를 접수하는 것도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때 김택진 대표가 핵심 멤버를 데리고 회사를 떠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지만 넥슨 측은 이에 대해서도 “크게 염려할 문제는 아니다”는 시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앞서갔지만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지난해 10월 넥슨이 엔씨소프트를 추가로 인수한 시점에 회사 재무를 담당하는 등 김 대표 최측근으로 분류된 한 임원이 퇴사한 것을 놓고 “김 대표가 넥슨의 경영권 공격에 대비해 새로운 회사를 만들 것”이라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진위를 떠나더라도 양사 관계가 일반적인 예측보다 험악한 분위기라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외부에서는 국내 1, 2위 게임회사의 경영권 분쟁이 업계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기류가 팽배하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올해는 한국 게임산업에 중요한 해”라며 “두 회사의 경영권 분쟁은 산업 발전 저해요소로 상호양보 하에 조속히 갈등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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