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과 엔씨소프트 경영권 분쟁 중 또 다른 관심사는 김정주 NXC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관계다. 서울대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한국 게임 산업 상징과 같은 존재다.
두 사람이 자수성가로 1조원 넘는 재산을 일구고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각각 의미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어내며 한국 게임산업을 발전시킨 주인공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2012년 EA 인수라는 원대한 목표를 공유하며 세계게임 시장의 거인이 될 꿈을 같이 그릴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공동개발이 무산된 후에도 벤처 후배들을 위한 C프로그램 설립에 함께 참여하며 ‘공익’을 도모했다.
여러 채널을 종합하면 김택진 대표는 지난해 10월 넥슨의 추가 지분 매입 사실에 격분했다. 사전에 통보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넥슨은 지분을 인수하며 “단순투자”라고 밝혔지만 이미 김 대표는 위협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 두 사람은 경영권 분쟁을 테마로 한 핫라인을 가동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쉽게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지스타 프리미엄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김 대표는 “넥슨이 단순투자라고 밝혔는데도 루머가 난다”며 “협업 관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 연말부터 두 차례 정도 직접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1월 넥슨이 지분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꾸기 직전, 그리고 2월 넥슨이 주주제안을 보내기 직전 만나거나 통화했다.
직접 만나지 않을 때는 박지원 넥슨 대표와 정진수 엔씨소프트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진이 뜻을 전했다. 넥슨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지 경영진 간 소통채널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특별한 인연인 두 사람이기에 이번 경영권 분쟁을 놓고 뒷말도 많다. 양사가 주가부양을 위해 의도적으로 노이즈를 일으켰다는 시각이 대표적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넥슨 주주 입장에서 보면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는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투자”라며 “두 사람의 개인적 인연과 별개로 넥슨은 주주들에게 상당한 압박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회사가 아닌 주식회사라는 점에서 공적인 시각으로 이번 사태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