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과 산업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복합재는 말 그대로 서로 다른 소재가 더해지거나 융합돼 만들어진 또 다른 소재다. 대개는 강도와 기능성을 담당하는 섬유와 이를 단단히 잡아주는 고분자 또는 세라믹기지로 구성돼 있다.
복합재는 자동차, 버스, 자전거, 건물코어 및 내외벽, 타일, 낚싯대, 라켓, 골프채, 악기, 의료기기 등 다양한 일상 제품에 사용된다. 이뿐만 아니라 화력발전용 터빈 블레이드, 항공기 몸체, 국방 구조재, 바이오 부품 등 가벼우면서 고강도고 동시에 높은 신뢰성이 필요한 산업 분야의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
어느덧 복합재는 우리 삶에서 사용되는 모든 소재 중 15% 이상을 차지했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연비 등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초경량·고강도 특성을 지닌 복합재가 기존 소재를 대체해 20% 이상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근대적 개념의 복합재는 1940년대에 개발된 유리섬유 복합재를 그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1960년대에 보론섬유를 시작으로 탄소섬유, 알루미나섬유, 실리콘카바이드(SiC)섬유, 압전섬유 등 기능성이 뛰어난 각종 세라믹섬유가 미국과 일본에서 차례로 개발됐다. 특히 1970년대엔 우수한 경량·고강도 특성으로 인해 생활용품 외에 전투기의 2차 구조재로도 활용되기 시작했으며, 산업용 FRP, 세라믹섬유 복합재들도 이 무렵 등장했다.
2000년대 들어선 고연비를 실현하기 위해 비행기, 자동차, 선박 등 운송수단 중량의 50% 이상에 복합재를 적용하려는 노력이 있을 만큼 전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소재가 됐다. 특히 복합재 사용이 국민총생산(GDP)에 비례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세라믹섬유 복합재의 최고 기술을 보유해 사용하고 있는 국가가 미국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우리나라도 10여년 전부터 세라믹섬유 복합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복합재의 중요 보강재인 세라믹섬유(SiC섬유, 초극세유리섬유, 현무암섬유, 압전섬유 등)에 대한 연구개발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세라믹섬유 제조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하게 됐으며 지난 2012년부터 세라믹섬유 관련 기업들에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한 세라믹섬유실용화센터라는 산업 기반구축 사업까지 진행하고 있다.
경남 진주 혁신도시 부지에 구축 중인 세라믹섬유실용화센터는 세라믹섬유를 양산하고 평가하는 등 사업화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일괄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실용화를 위한 핵심 원천기술과 양산화기술 개발, 기업 지원을 통한 세라믹섬유 전문기업 육성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중소기업이 쉽게 도입하기 어려운 세라믹섬유 관련 장비를 마련하고 세라믹섬유 중소기업·창업기업이 사업화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기반 역할을 할 예정이다.
우리 세라믹섬유 복합재가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그동안 지속돼온 연구개발과 기반구축이라는 지원방식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기초 기반을 활용한 적극적인 사업화와 인력·기업 양성 등 후속지원까지 뒷받침돼야 세계적 수준의 세라믹섬유 복합재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세라믹섬유는 앞으로도 이종소재와 융·복합화해 군사용 보호장비, 바이오·생체분야 제어부품 등 응용 분야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매년 6%씩 지속 성장해 2020년에는 세계시장 규모가 1145억달러(약 1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차원에서도 세라믹섬유 복합재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미래 핵심소재인 세라믹섬유 복합재 분야 강국을 기대해본다.
김병익 세라믹기술원 선임연구본부장 bikim@kice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