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 부품 산업 생태계가 성숙한 상황에서 대체부품이나 튜닝부품 인증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열악한 생태계 밑바닥부터 제도를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튜닝부품과 대체부품 인증제를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올해 자동차 부품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두 제도가 시행 원년을 맞지만 현장 반응은 싸늘하다. 1월 제도 시행 이후 아직까지 뚜렷한 결과물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조금 기다려 달라’는 말로 해석된다.
조급증을 우려하는 정부 관계자 말에 일리가 있다. 완성차 위주로만 성장해온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한계도 명확하다. 제도 한두 개로 해결될 문제였다면 진즉에 이런 상황이 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정작 서두르는 건 정부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자동차 산업 생태계는 완성차 제조사, 부품 제조사, 서비스업 등 각종 산업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대체부품, 튜닝부품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역학 관계를 모두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공 들여 만든 제도인 것은 알지만, 법 조항 몇 개로 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것처럼 선전했다간 지금처럼 ‘역공’을 당하기 십상이다. 제도적 접근 외에 업계 간 타협점을 어떻게 찾을지 대책도 함께 내놓고,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어야 옳다.
대체부품과 튜닝부품 산업 활성화는 완성차-부품 업계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이다. 그 이해관계가 제도 빈틈을 속속 파고든다. 부품 업체에 ‘갑’ 노릇을 하는 완성차 회사 헛기침 한 방이면 아무리 좋은 제도도 부품 업계가 수혜를 입기 어렵다.
결국 업계가 타협점을 찾고 수용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제도가 힘을 받을 수 있다. 제도를 만드는 것은 정부 몫이지만, 그 제도가 힘을 발휘할 무대는 시장이다. 지금부터라도 시장을 들여다봐야 한다. 다양한 업계와 마주앉아 타협점을 찾고, 그를 제도에 반영할 길을 마련해야 한다.
“제도만 마련됐지 완성차 업계와 조율은 하나도 안 됐으니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 놔도 현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라는 부품업계 호소에 공감이 간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