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제조업체가 올해 34조4000억원 규모의 신규투자에 나선다고 한다. 어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주요기업 관계자의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이다. 내수 경기가 어려운 상황과 더불어 엔저로 인한 수출경쟁력 하락, 중국 등 글로벌 기업들의 추격이 거센 가운데 나온 결정이어서 더운 반갑고 고마운 소식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행보가 눈에 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대로 추락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15조6000억원이라는 자금을 투입해 평택 반도체 신규라인을 건설키로 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정보가전의 매출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성장세를 보이는 반도체의 경쟁력을 더욱 튼튼히 하고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 애로사항 해결을 약속해 조기 투자를 이끌어낸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산업은행의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 지원의지도 시선을 끈다.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가 절실하다. 국내 기업들이 돈을 쌓아놓거나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린다면 일자리를 비롯한 내수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기업들은 투자 관련 세제지원과 산업인프라 조성, 환경문제에 적극 나서 줄 것으로 정부에 요구했다.
기업들이 스스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그 첫번째가 규제를 걷어 내는 일이다. 재계가 요구한 것처럼 사전규제를 없애고 사후규제로 바꿔 창업이나 공격경영이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 줘야 한다.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악성 규제와 고비용·저효율 노동구조가 그대로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등을 떼민다고 선뜻 투자에 나설 기업은 많지 않다.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인 기업에게 있어 손해를 보면서까지 투자를 하는 바보기업은 없다. 기업에게 투자하라고 무조건 닦달하기보다 투자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