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전 공공기관들, 지역 공헌은 ‘합격점’ 직원 이주는 ‘낙제점’

대구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이 지역특화 사회공헌, 포럼, 자매결연 등을 통해 지역 내 ‘뿌리내리기’가 한창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이전의 핵심인 직원가족 동반 이주는 기대치를 크게 밑돌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지난 6일 금요일 오후, 가스공사 직원들을 태우고 수도권으로 갈 버스가 정문 앞에 줄지어 서있다.
지난 6일 금요일 오후, 가스공사 직원들을 태우고 수도권으로 갈 버스가 정문 앞에 줄지어 서있다.

대구혁신도시에는 현재 12개 이전기관 중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 9개 기관이 입주를 마쳤다. 올해 안에 한국정보화진흥원 등 나머지 3개 기관도 입주를 마칠 예정이다. 이전공공기관의 직원 수는 3300명에 이른다.

◇지역 착근에 힘쓰는 공공기관

혁신도시에 터를 잡은 기관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화 사업이 한창이다. 산단공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등 6개 기관은 지난해 말 사회공헌 업무협력을 위한 협약을 맺고 지역 소외계층을 위한 정기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산단공은 지난해 10월 지역산단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의체를 결성했다. 산단공은 현재 협의체와 공조해 노후산단 개선, 기업성장 지원, 국가산단 투자유치 지원 등을 펼치고 있다. 한국감정원도 지역에서 부동산개발 전문인력 사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인력양성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달 이전한 신용보증기금은 지난 4일 신보대경포럼을 발족했다. 신보는 매월 포럼을 개최해 경영전략과 사회문화 등 다양한 이슈를 주제로 강의와 토론을 이어갈 방침이다.

혁신도시 이전 2년째에 접어든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청사 이전 후 신규 채용직원의 40%를 지역 출신으로 충원하고 있다. 정보원은 매년 각종 포럼과 세미나, 심포지엄을 대구에서 개최해 교육정보화 도시 이미지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역시 지난 4일 대구 동구시장과 자매결연을 맺고 전통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앞으로 사내봉사단을 중심으로 지역농촌 일손돕기 등 정기적 봉사활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역산업육성과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지난해 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단계적으로 지역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지역 고교생과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전통시장 살리기에 나설 방침이다.

◇직원가족 동반 이주는 기대 밑돌아

이전공공기관들이 지역화에 애쓰고 있는 반면 직원들의 가족동반 이주는 기대치를 밑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전을 마친 공공기관 직원 중 65%가 나홀로 이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홀로 이주자 중 향후 가족동반 이주 의향이 있는 직원은 전체의 7%에 불과했다.

특히 대구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 가족의 이주 비율은 25% 수준에 그쳐 최하위다. 일찍 자리잡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직원가족 동반 이주율은 50%가량으로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 때문에 금요일 퇴근 이후 직원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간 대구혁신도시는 공동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현상은 실제로 현장에서 확인이 가능했다. 금요일인 지난 6일 오후 5시 대구혁신도시 끝자락에 자리한 한국가스공사 정문 앞에는 20대의 대형버스가 도로 양편에 줄지어 정차해 있었다.

한 버스운전기사는 “가스공사 직원들을 태우고 수도권으로 가는 버스”라며 “매주 금요일마다 차가 덜 막히는 5시 20분에 출발한다”고 말했다. 가스공사처럼 단체버스를 이용하지 않는 직원들은 대부분 개별 차량이나 기차를 통해 지역을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정주여건과 교통, 교육 등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며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가족이 있는 직원들의 이주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구시는 이전기관 직원들 가족동반 이주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교육과 교통, 주택 인프라를 확충하고 가족동반 이주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도 내놓았다. 특히 가족동반 이주 지원책으로 지역정착비를 가구당 100만원 지원하고, 자녀 동반시 학업성취비용으로 100만원을 지원한다. 그 외 가족들을 위한 지역체험행사, 관광투어, 커플매칭행사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대구시 혁신도시지원담당 관계자는 “이전공공기관 직원들이 하루 빨리 대구에 정착할 수 있도록 교육시설과 대중교통, 각종 편의시설 등 여건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아직 초기단계여서 가족동반 이주율이 낮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