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이터로 말하는 임상연구기관 IEC코리아

IEC코리아 하재현 대표, 아모레퍼시픽 출신 임상연구 최고 전문가

[인터뷰] 데이터로 말하는 임상연구기관 IEC코리아

IEC코리아의 품질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도 통하고 있다.

화장품시장이 성장하기 위해 없어선 안 될 파트너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임상실험이 그 선두에 설 것이다. IEC코리아 하재현 대표는 임상연구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2000년 일찍이 임상연구 사업의 가능성을 알아 봤다.



“당시만 해도 아모레퍼시픽 정도를 제외하면 임상연구를 진행하는 회사가 없었어요. 이외의 회사에서는 외국 센터나 대학 내 임상센터를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접근도 어렵고 가격적인 측면 역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두루두루 업계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해보자, 하고 시작하게 됐죠”

세계에서 통한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

아모레퍼시픽 연구소에서 근무를 했던 하재현 대표는 동료 한 명과 함께 임상센터를 설립했다. 이후 1년간 두 명을 더 충원한 네 명이 함께 연구를 진행하다가 IEC 프랑스에게 합작을 제의받게 됐다. 이를 받아들인 하 대표는 IEC코리아라는 이름으로 2001년부터 새로운 막을 열었다.

프랑스가 본사인 IEC그룹은 전세계에 센터를 운영 중으로 IEC코리아는 중국, 필리핀 본사 등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로레알 그룹에서 아시아마케팅을 위한 제품을 개발했다고 하죠. 그러면 아무래도 아시아 실험을 원하니까 저희 쪽으로 실험이 옵니다. 이후 결과가 나오면 IEC프랑스에 보고를 해주고요. 그렇게 코웍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임상연구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유럽기관에 비해 한국의 연구기관이 갖는 경쟁력은 단연 ‘빨리빨리’다. “얼리어댑터라고 할까. 이런 쪽은 한국이 굉장히 빨라요. 피부측정기법 같은 게 개발됐다고 하면 서구에서는 실제 연구에 적용돼 임상연구로 넘어오는데 10년에서 15년 정도 걸려요. 그런데 한국은 일단 씁니다(웃음). 새로우니까”

자칫 약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전반적인 과정이 모두 빠르기에 이점이 된다.

“저희 같은 경우는 업무처리를 빨리 해주는 데 신경을 많이 써요. 보통 외국 임상센터에서 실험을 하면 연구 문의를 해서 연구가 완료되는 데까지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거든요. 하지만 한국은 훨씬 빠르죠. 기본적으로 기술력이 있고 대응이 빠르다면 분명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데이터로 말하는 임상연구기관 IEC코리아

자율성 내에서 품질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

식약처에서는 임상평가기관 승인 제도가 미흡하다는 점을 들어 개선방안을 추진하다 반려당한 바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임상기관의 난립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산업계의 자율성이 확보되는 한도에서 산업계에 자율적으로 맡기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확실히 많아지긴 많아졌죠”

“임상기관의 조사 결과는 품질차이가 잘 두드러지지 않는 게 사실이거든요. 또 임상연구에서 품질이란 대체 무엇인가 의아해하는 분들도 많고요. 하지만 품질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실험대상자, 실험기기, 연구원 세 가지 요소의 품질이 모두 갖춰져야 결과의 품질이 따라옵니다”

어제까지 주름개선 화장품을 발랐던 사람이 주름개선 화장품 실험에 참여하면 언제까지 쓰던 제품 때문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때문에 주름실험에 참여할 참여자는 최소 한 달 가량 제품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IEC코리아는 피험자 5000여명의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참여자를 꼼꼼히 선별하는 작업을 거친다.

실험기기의 품질도 중요하다. 기기가 잘못된 수치를 보여주면 실험결과도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항상 점검해줘야 한다. 연구자의 품질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간단한 측정이라도 각도가 살짝 기울어지면 수치가 변하곤 하기 때문에 숙련된 스킬이 중요하다. IEC에서는 연구원이 입사하면 3개월간 기술적인 교육을 거치도록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확한 평가라는 건 보고서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신제품 개발 테스트라면 어떤 점이 나쁘고 좋은지 확실히 알아야 리뉴얼 때 개선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 생각하고 연구를 진행하다보니 업계에서 ‘IEC는 정확하다’, ‘리얼 데이터를 얻고 싶으면 IEC로 가라’하는 말들을 해주시곤 하는데 저는 그 말이 참 좋습니다”

지속적인 기술개발에 박차, 목표는 아시아 허브 임상센터

임상연구 초반에는 기능성 허가를 얻기 위한 실험이 주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실험이 줄고 광고에 대한 밑바탕이 많아졌다. 광고실증제 이후 주름 개선, 보습효과, 피부 탄력 등 광고에서 사용하는 모든 표현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갖춰야 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객들이 원하는 바에 따라 연구를 진행해왔던 IEC코리아지만 최근 변화의 색도 더하고 있다.

“이전에는 매출에 관련된 일을 많이 해왔어요. 그런데 회사가 지속적으로 발전을 하려면 미래의 기술을 개발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국가 연구과제나 연구원들의 개인과제같은 것들을 좀 많이 하기 시작했는데 작년부터 조금씩 성과가 나기 시작했어요. 기술로 개발하기도 하고. 외국 학술지에 발표하기도 하고”

물론 이런 연구는 대개 1년 이내에 결과를 보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예전부터 해오던 것들이 이제 조금씩 성과가 나는 거죠. 논문이나 학술발표, 정부 국가과제 결과. 그런 것들요. 그런 것들이 향후로도 많이 나올 테니까 시작하는 측면에서는 괜찮았던 한해였던 것 같아요. 2015년도 그런 성과를 끌어내려고 합니다”

IEC코리아 하재현 대표의 비전은 무엇일까.

“아시아 허브 임상센터랄까 그런 걸 하고 싶어요. 일단 IEC그룹 내에서 가장 규모도 크고 연구력도 좋은 임상센터로 키우고요. 그 다음에는 IEC를 뛰어넘어서 아시아 마케팅은 IEC코리아로 가야 한다,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키우고, 나중에는 전 세계에서 IEC코리아가 최고가 된다, 이렇게 되는 게 꿈이죠”

코스인코리아닷컴 이슬기 기자

cos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