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산기 갈등과 임원 잇단 비리로 내홍을 겪었던 KB금융그룹이 윤종규 회장 취임 후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KB조직에 십수년간 만연했던 파벌과 라인을 없애고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쓰겠다는 윤 회장의 작은 약속이 취임 이후 인사에 대거 반영되면서 조직봉합의 희망이 되살아나고 있다. 직원들도 윤종규 회장의 작은 약속이 조직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조직 혁신에 동참하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회장이 지난해 말 실시한 첫 임원 인사에서 실제 직무능력이 뛰어난 9명의 본부장을 대거 발탁해 주목받고 있다.
14명의 영업본부장 중 9명을 출신간 파벌이 아닌 직무능력을 검증해 높은 점수를 차지한 임원을 뽑았다. 이는 인사시즌 ‘임원 라인 타기’에 돌입했던 KB조직에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행장이 누구냐에 따라 아래 임원 인사가 좌지우지 되는 기존 체계를 뒤엎은 첫 사례로 꼽힌다.
실제 이번 인사에서 발탁된 영업본부장은 전국 부점장전략회의에서 ‘동상’ 이상을 수상한 인재다. 임원 줄대기 대신 영업실적이 우수한 인력을 지표화해 대거 영업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지역 배치도 골고루 분산해 동대구, 경남, 서대구, 부산울산, 호남북, 호남남, 충청서, 충청동, 강서 본부장으로 발탁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이 취임일성으로 낙하산과 라인 인사를 없애겠다는 발언에 모든 직원이 의구심을 가졌다”며 “그런데 최근 인사체계를 보면서 과거와는 다른 실무형 인재를 발탁하고 LIG손보 인수를 통한 리딩은행 탈환이란 불씨가 밑에서부터 되살아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은행은 2001년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으로 출범했다. 14년이 흘렀지만 두 은행 출신 간 파벌싸움은 임영록 회장때까지 이어졌다. KB금융지주가 출범한 이후도 마찬가지다. 회장이나 국민은행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옛 국민은행 출신이 득세하거나 옛 주택은행 출신이 부상하는 ‘힘겨루기’가 지속돼 왔다. 낙하산으로 내려온 외부 출신 회장이나 행장이 자리를 잡기 위해 특정 은행 출신을 중용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이후 KB출신인 윤종규 회장이 취임하면서 이 같은 관행을 뜯어고치겠다고 전면전을 선언했다. 그 첫 번째 약속이 지켜졌다. 그리고 직원들의 말과 행동에도 ‘의욕’이 살아나고 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