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에 ‘빅데이터’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핀테크(금융+기술)가 산업계 핫이슈로 부상하면서 이동통신·정보기술(IT)·서비스 등 기술기업의 도전이 거세지자 전통적인 금융업체들은 차별화 카드로 빅데이터를 꺼내들었다. 금융권에 적용돼 온 각종 중복규제를 핀테크 시대에 맞게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도 훈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업계에서 최근 핀테크 영역에 빅데이터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데이터를 보유, 확보하는 것이 핀테크 비즈니스의 성공열쇠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도 핀테크 융합 사업으로 빅데이터를 통한 맞춤형 사업 확장을 주문하며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사건 여파로 규제가 강화된 탓에 금융사가 빅데이터 사업에 직접 진출하기엔 제약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중복된 규제를 완화하는 논의를 시작했고, 금융사가 핀테크 등 사업 분야에 빅데이터를 적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사 또한 레드오션으로 불리는 지불결제와 보안 분야보다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 비즈니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최근 데이터전략부를 신설했다. 추상적인 핀테크 사업에서 탈피해 실시간 마케팅 형태로 빅데이터 사업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미래사업본부 내 컨버전스부와 데이터전략부를 이원화해 카드사가 잘할 수 있는 빅데이터 비즈니스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도 빅데이터 경영체계 가속화를 위해 기존 BD마케팅팀 외에 BD컨설팅팀을 최근 신설했다. BD컨설팅팀을 통해 빅데이터 역량을 공공영역에서 민간부문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롯데카드도 별도 빅데이터 전문팀을 신설해 계열사 간 빅데이터 협업체계를 갖추고 다양한 개인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비씨카드는 최근 사내 연구조직인 ‘비씨카드연구소’에 빅데이터 업무를 전담시키고 관련 사업 발굴에 나섰다.
카드사들이 빅데이터 사업에 적극적이지만 은행과 금융지주사 또한 빅데이터 태스크포스(TF)를 별도로 만들거나 이종 IT업계와 전략적 제휴를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다. 금융사가 빅데이터 시장을 노크하는 것은 모바일과 전통금융, 마케팅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융합 모델에서 빅데이터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접점의 빅데이터 인프라를 활용해 고객 맞춤형 금융 상품을 추천하고, 개인별 자산관리 등 포트폴리오 제공, 재무설계나 금융리스크 분석 등 ‘패키징 서비스’까지 소매금융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이지은 액센츄어코리아디지털그룹 대표는 “지불결제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사실 핀테크의 모든 영역은 빅데이터가 기반이 된다”며 “이미 해외에서는 소셜 데이터까지 활용하는 빅데이터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금융권이 보다 적극적인 사업발굴과 진출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상영 디에스투자자문 운용이사도 “한국형 핀테크는 온라인 접점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가치창출이 유리하다”며 “빅데이터는 금융사의 대손율은 낮추고 투자수익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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