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 포비아`에 맞서는 법

[기자수첩] `게임 포비아`에 맞서는 법

보건복지부가 게임 과몰입 현상을 과장되게 표현한 공익광고로 논란을 일으켰다. 포스텍은 최근 학내에서 새벽에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자체 셧다운제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밝혀 많은 반발을 샀다.

최근 몇 년간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의 게임 혐오증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이 혐오감은 영화, TV로부터 시작해 만화 그리고 게임으로 점차 자리를 옮기며 질긴 생명력을 과시했다.

매체가 무엇이든 혐오감의 근거는 항상 동일했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 청소년,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논리의 배경에는 빈약한 과학적 근거와 함께 청소년 심지어 성인의 자기결정권을 낮게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와 어른들이 자리했다.

“우리도 과장된 표현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시키니) 어쩔 수 없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송출한 중독광고 관계자의 말이다.

영화, 만화, 게임 등 문화를 즐긴 세대가 어른이 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는 더 이상 하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어떠한 목적에서든 비난을 퍼부을 ‘적’이 필요한 사람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장 이 상황을 타개할 묘수는 없다. 그저 시간을 갖고 편견 그리고 혐오증에 당당히 맞서 싸우는 것이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상대가 만만해 보일 때 린치는 더욱 잔인하고 강해진다.

게임을 사랑하는 이들이 힘을 모아 편견에 대항할 때 비로소 적이 필요한 사람들은 (공격이 쉬운) 다른 상대를 찾아 나설 것이다.

게임의 건전성을 강조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명분 없는 싸움은 당사자 외에는 지지를 받기가 힘들다.

싸움을 이끌어 갈 리더를 뽑는 것도 중요하겠다. 게임업계 1, 2위가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동안 산업 공동 이익을 도모할 협회 대표 자리는 수개월째 공석으로 남아 관심도 받지 못했다.

중국이 막강한 자본과 기술력으로 세계 게임시장에서 한국의 자리를 점점 빼앗는데 우리 산업계는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했다. 사실 이것이 게임업계가 매번 두드려 맞는 진짜 이유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