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엄주욱 KT파워텔 대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IP 푸시투토크(PTT)로 기존 TRS 고객을 전환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엄주욱 KT파워텔 대표의 신념은 확고했다. 오랜 기간 KT파워텔의 핵심 수익원이었던 ‘아이덴’ 서비스를 탈피하는 것. 주파수공용통신(TRS)의 일종인 아이덴을 고집하면 KT파워텔의 미래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사람]엄주욱 KT파워텔 대표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아이덴 무전서비스 고객의 이탈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음성보다 데이터 중심 서비스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엄 대표는 3년 전 KT파워텔에 경영기획부문장으로 합류하면서 롱텀에벌루션(LTE) 기반 IP PTT로 기반 서비스를 전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엄 대표는 “TRS는 사양 산업인데도 KT파워텔 내부에서는 이런 위기의식을 잘 못느끼고 있었다”며 “‘주파수를 버려야만 우리가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직원들을 설득해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정 주파수를 쓰는 TRS 무전통신은 중계기와 기지국 등 전국망 운영에 엄청난 고정비가 소요된다. 가입자가 수백만명이라면 몰라도 30여만명에 불과한 아이덴 서비스로는 일부 가입자만 이탈해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LTE를 핵심 기술로 상용망을 쓰면 상대적으로 운영비가 절감된다. 무엇보다 기존 TRS로는 어려운 다양한 데이터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지하나 건물, 산간지역 등 사각지대 통신이 원활해지고 커버리지 역시 대폭 확대된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LTE 기반 IP PTT 무전기 ‘라저1(RADGER 1)’은 KT파워텔 변화의 신호탄이다. 출시 이후 예약가입이 줄을 이을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4개월여 만에 3만대 이상 판매됐고 제2롯데월드에 400여대가 공급되며 레퍼런스도 늘고 있다. 어디서나 끊김 없는 통신, 멀티미디어메시징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에 고객들이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5월에는 멀티미디어 기능을 한층 강화한 2차 버전이 나온다. 독자 개발한 IP PTT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전을 보낼 때마다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로 확대가 가능하다는 게 엄 대표의 설명이다. 스마트폰의 ‘폰’이 아니라 ‘스마트’에 방점을 찍으면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는 그의 철학이 마침내 구현되기 시작한 셈이다.

엄 대표는 “IP PTT를 만드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몰라도 ‘돈을 받는 서비스’로 발전시키는 것은 KT파워텔이라서 가능했다”며 “오랜 기간 전국형 무전서비스를 해오며 쌓은 운영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