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가 연내 기업 부문과 소비자 사업 부문 두 회사로 분할될 예정인 가운데, 최근 국내 소비자 사업 부문이 글로벌 조직 내에서 후순위로 밀려났다. 한국 사업 중요도와 위상이 축소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HP 본사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한국HP의 PC·프린터 사업 부문(PPS)의 소속을 변경했다. 기존 아시아태평양(AP) 지역에서 동남아시아(SEAT) 담당으로 변경된 것이다.
HP 아태지역에는 중국·일본·호주·인도·한국과 동남아시아국가가 묶여 있었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한국이 아태지역에서 빠지고 동남아시아 지역 소속으로 변경됐다. 동남아시아지역에는 베트남·인도네시아·대만 등이 속해 있다.
업계 따르면 HP는 시장 규모와 실적에 따라 해외 조직을 분류·운영한다. 시장별로 중요도를 나눈 효율적 경영을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국내 경기 침체로 시장 환경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이번 소속 변경으로 본사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데 있다.
HP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소속 변경은 본사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중요도가 낮아졌다는 뜻으로 마케팅 예산 등이 삭감될 수 있다”며 “보고 체계도 달라져 국내 요구 사항이나 목소리를 전달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HP는 올해 대대적 변화를 앞둔 상황이다.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장비 등을 판매하는 엔터프라이즈 조직과 PC·프린터 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이 분할이 예정이다. 이제 각 사업 부문이 독자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엔터프라이즈 사업 부문은 서버 시장 1위를 차지하는 등 선방하고 있지만 PC·프린터 사업 부문은 처지가 다르다. 시장 규모 축소, 실적 감소의 영향으로 인력이 줄어드는 등 사업이 위축된 상황이다. 여기에 본사 지원마저 줄어들면 독자 생존해야 하는 소비자 사업 부문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한 차례 동남아시아지역으로 묶였다가 다시 아시아태평양 조직으로 변경된 바 있다”며 “다만 경기가 위축되고 모바일이 강세인 현 시장 상황에서 회복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HP는 글로벌 소속 변경에 대한 공식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1984년 美 HP, 삼성전자와 ‘삼성휴렛팩커드’ 합작 법인 설립
1985년 안양공장 건립. 사무용 컴퓨터 국내 생산
1995년 ‘한국휴렛팩커드’로 사명 변경
1998년 美` HP, 한국휴렛팩커드‘ 삼성전자 지분 전량 인수
2002년 한국휴렛팩커드, 컴팩코리아와 합병
2006년 유닉스 서버 시장 1위 달성
2008년 x86 서버 시장 독주 체제
2014년 창립 30주년
2015년 `HP엔터프라이즈‘와 ’HP인코포레이티드(Inc)`로 분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