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보드게임 규제 1년, 산업이 사라졌다...매출 70%, 이용자 50% 급감

한때 한국 게임산업의 한축을 담당했던 웹보드 게임 시장규모가 지난 1년 새 무려 70%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머니 사용한도를 제한하는 규제 정책이 시행되면서 이용자가 절반 이상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웹보드게임 산업이 붕괴 위기에 직면하면서 사행성이라는 역기능을 줄이되 시장을 되살릴 수 있는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NHN엔터테인먼트, 넷마블게임즈, 네오위즈게임즈 등 주요 3사의 웹보드 매출이 규제 이전에 비해 많게는 75%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웹보드게임 규제는 △1인 1회 게임머니 사용한도 3만원 제한 △1일 10만원 손실 발생시 24시간 접속 제한 △1개월 게임머니 구입한도 30만원 제한 등이 주요 내용으로 2014년 2월 23일부터 시행됐다.

규제 이후 해당 장르 이용자와 매출은 급격히 떨어졌다. 3사 모두 매출은 70% 이상 감소했고 이용자는 35~50% 줄었다.

웹보드 시장 축소는 게임사에 직격탄이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적자를 냈고 네오위즈게임즈는 2014년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웹보드 매출이 꺾인 것이 최대 악재였다.

반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신고기관에 접수돼 처리된 도박 관련 사이트는 약 20% 정도 늘었다. 해외 등에 서버를 두고 불법으로 영업하는 온라인 웹보드게임 등 규제 시행 당시 우려했던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웹보드게임은 국내 게임산업 태동과 함께 덩치를 키워 왔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캐주얼게임 등으로 온라인게임이 진화하는 동안 중장년층 이상을 주요 고객으로 게임사 현금원 역할을 충실히 했다. 모바일게임으로 산업 중심이 옮겨온 후에도 쉬운 접근성으로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환전’과 ‘사행성’이 가장 큰 문제였다. 판을 개설해 일부러 돈을 잃어주는 방식으로 불법적인 현금 유통이 횡횡한다는 지적이 수년째 이어졌다. 판돈을 키우는 방식들이 속속 적용되며 사행성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커졌다.

결국 정부는 2013년 6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일정 규모 이상 돈이 웹보드 게임에서 돌지 못하게 통제했다.

국내에서 활로가 막힌 게임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린다. NHN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게임즈 등은 상반기 중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한 ‘소셜카지노게임’을 출시할 계획이다. 북미웹보드게임 즉 ‘소셜카지노게임’ 시장 규모는 연 약 1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서는 국내 게임산업 경쟁력 위축을 걱정한다. 중국, 아시아, 북미를 중심으로 포커 등 웹보드류 게임이 점차 성장세에 있기 때문이다. 자칫 규제만 앞세우다 노하우를 상실해 큰 시장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윤형섭 상명대 게임학과 교수는 “게임사와 정부기관이 협력하면 강한 규제 없이도 게임 내 부정행위를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석원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 과장은 “올 하반기부터 웹보드 관련 규제 효과 재검토에 들어간다”며 “정부 목적은 산업 규제가 아닌 사행성, 환전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는 것인 만큼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긍정적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