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사회를 그린 SF 영화의 주인공들은 왜 다 똑같은 옷을 입고 있을까.
‘스타트랙’ ‘가타가’ ‘다이버전트’와 같은 미래 영화 속 주인공들은 몸에 착 달라붙는 민망한 디자인에 유니폼처럼 똑같은 모양의 옷을 입고 있다. 지구 환경이 파괴된 디스토피아나 우주선 생활이 배경이니 그럴 수도 있다 싶지만 지금의 화려한 패션산업을 볼 때는 쉽게 그려지지 않는 미래다.
반면에 최근 몇 년 간 아웃도어 기능성 의류 시장의 급성장을 생각해보면 기능에 대한 욕구가 패션을 앞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미래의 패션은 어떤 모습일까. 과학기술은 패션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1990년작 ‘백투더퓨처2’는 2015년의 근 미래가 배경인데, 영화 속 2015년은 운동화 끈이 자동으로 묶이고, 옷 크기가 사람 몸에 맞춰 자동으로 조절된다. SF 소설 속엔 그보다 더한 상상이 그려진다. 착용자의 의지에 따라 옷 색깔이나 무늬가 자유롭게 변하거나 바깥 날씨에 따라 방한, 방수 기능이 조절되는 등 한 벌로 만능인 옷들이 등장한다. 그런 옷이 있으니 미래 사회를 그린 영화 속 주인공들은 한 벌 신사 숙녀로 그려지는 모양이다.
2015년에 사는 우리에겐 여전히 먼 미래다. 그렇지만 가능성의 문은 열려있다. 영화나 SF소설 속 설정에는 뒤지지만 착용하거나 부착하는 IT기기인 웨어러블 기기 개발 소식이 속속 들려온다. 웨어러블 기기는 입는 옷이나 시계, 신발처럼 착용하는 도구 혹은 피부에 부착하거나 삽입하는 형태의 기기를 말한다. 즉 손에 기기를 휴대하지 않고, 두 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기기다.
스마트폰처럼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시계 종류의 제품 외에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건강관리 기능이 있는 제품들이다. 손목에 착용하는 밴드 형태 기기 일색이던 것이 최근 양말, 신발, 속옷, 벨트, 보석 등으로 다양해졌다. 양말이 직물에 부착된 압력 센서를 통해 운동량이나 달리기 습관을 파악하거나, 신발 깔창을 통해 체중, 자세, 운동량 등을 측정한다. 심장 박동 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브래지어, 앉으면 늘어났다 일어서면 다시 조여지는 벨트 등 가지각색이다.
옷이며 양말, 신발, 액세서리 등이 신체 각 부위를 읽어주는 센서가 된다는 얘기다. 이 센서들은 온도, 압력, 움직임과 속도, 땀과 습도 등 인체의 모든 활동을 측정할 수 있다. 관건은 이 센서를 어떻게 더 작고 가볍게 만들 것인지, 어떻게 부담 없이 착용하게 할 것인지에 있다.
피부에 부착하거나 삽입하는 형태의 전자기기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반창고나 파스처럼 피부에 착 달라붙는 센서는 단순 건강관리를 넘어 의료용 기기로 활용도가 높을 걸로 예상된다.
초박형 센서에 대한 연구 성과는 속속 나오지만 실용화되기 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그중 배터리 문제가 크다. 얇고 작기 때문에 편리하지만 동력을 저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배터리를 자주 충전해야 한다면 장점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선 충전 기술이나 새로운 에너지 생산 방식이 필수적이다. 피부에 부착해 장시간 사용하는 기기는 체온, 땀, 움직임 등 인체 활동에서 에너지를 얻는 방식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착용하는 형태의 기기들은 디스플레이 공간이 작고 가시성이 떨어진다. 또 간단한 버튼 외에 정보를 직접 입력할 수 있는 키보드를 두기 어렵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안은 음성 인식 기능이다. 또 다른 형태의 정보 입력 방안도 가능하다. 올해 2015년 CES에서는 반지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가 등장했는데, 끼고 허공에 글자를 써서 컴퓨터에 입력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이소영 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