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수

[기자수첩]삼수

2002년 SK텔레콤 등 국내 유수 통신사가 약 1000억원을 들여 ‘모네타 단말기’를 전국에 출시했다. 최근 핫이슈로 등장한 핀테크 사업의 첫 원조가 ‘모네타’란 사실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물다. 당시만 하더라도 모바일 결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소비자는 ‘모네타’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통신사는 대형 유통점이나, 백화점, 프랜차이즈 등에 4만대, 음식점 등 일반 가맹점에 40만대의 모네타를 설치했다. 투자비용 외에 인프라 구축비용만 800억원이 들었다.

SKT에 이어 KT와 LGT도 경쟁적으로 사업에 동참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수요예측 실패와 사업 참여사 간 분쟁으로 결국 40만대가 넘게 깔렸던 모네타 단말기는 폐품이 됐다.

10여년이 흐른 2011년 또 다른 시도가 있었다.

통신사는 카드사들을 불러 모아 ‘NFC 명동 시범사업’을 펼쳤다.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부처도 끌어들였다. 하지만 이 사업 역시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에게 외면당했고 잊혀졌다.

핀테크 시대가 눈앞에 열렸다. 전통 금융에 IT가 결합돼 고객에게 더 높은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무한 경쟁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한국은 IT강국이다. 또한 신용카드 결제 인프라 최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 등 해외 공룡기업이 선보이고 있는 결제 플랫폼에 한없이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모네타와 명동 시범사업 실패를 보며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왜 한국에서만 유독 실패할까’였다. 해외에서는 이미 NFC 기반의 모바일 결제사업이 확산일로다. 긁는 카드가 아닌 비접촉 카드 결제 시스템이 정착됐다는 것이다.

최근 NFC 기반의 결제 인프라 사업이 세 번째로 추진된다고 한다. 두 번의 도전에서 뼈아픈 실패를 했다면 세 번째 도전만큼은 성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신사와 카드사, IT 사업자 등이 머리를 맞대고 철저한 수요예측과 보안성, 공격적인 인프라 확장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 같은 시도에 여러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를 도입해 ‘실패 트라우마’ 흔적을 지우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 IT강국 대한민국이 금융에도 안착되길 바란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