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기관장에게 듣는다]<16>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100조원 매출을 바라보는 문화콘텐츠산업을 지원하는 준정부기관이다. 방송·영상·광고·게임·애니메이션·캐릭터·대중음악·공연 등 콘텐츠산업 전반의 지원사업은 물론이고 문화콘텐츠산업 정책 연구까지 폭넓은 역할을 하고 있다. 본원은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정책에 따라 지난해 전라남도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에 있다 본원 외에 주요 시설로는 콘텐츠코리아랩 제1센터(서울 대학로), 글로벌게임허브센터(경기 판교), 콘텐츠종합지원센터(서울 역삼), 빛마루 방송지원센터(경기 일산), 방송회관(서울 목동), 디지털매직스페이스(서울 상암) 등이 있다. 해외사무소는 일본, 미국, 중국, 영국 네 곳에 있다. 지난 2009년 방송영상산업진흥원, 문화콘텐츠진흥원, 게임산업진흥원 3개 기관이 모여 설립됐다. 초대 이재웅 원장과 2대 홍상표 원장에 이어 3대로 송성각 원장이 지난해 12월 취임했다.

[2015 기관장에게 듣는다]<16>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이제 취임 두 달째다. 우리나타 콘텐츠산업 진흥기관의 수장으로서 콘텐츠산업의 현재 상황과 비전에 대해 얘기해달라.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은 그동안 눈부신 발전을 했다. 2005년 매출액 57조원, 수출액 13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매출액 94조원, 수출액 54억달러 규모로 커졌다. 지난 10년 사이 시장은 갑절 가까이, 수출은 네 배 이상 늘어났다. 한류야말로 우리 콘텐츠산업의 발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과다. 그런데 최근 그 성장세가 뚜렷하게 떨어졌다. 2011년 13.2%로 정점을 찍었던 성장률은 2014년 3.4%로 둔화됐다. 아직도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한류 인기는 계속되고 있으나 눈에 띄는 히트작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 우리 원이 개최한 ‘창조산업포럼’에서 패널 중 한 분이 ‘우리 콘텐츠산업이 지금 변곡점에 있다’고 하더라. 그분의 생각에 동의한다.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인가, 아니면 하락할 것인가 하는 기로의 시점인 셈이다. 우리 콘텐츠산업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그 동력을 ‘빅 킬러 콘텐츠’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빅 킬러 콘텐츠란 무엇이고 올해 사업에서 어떻게 실천할 계획인가. 또 중장기적인 계획은 어떤 게 있나.

▲빅 컬러 콘텐츠란 바로 세계 시장의 주류가 되는 콘텐츠다. 우리 한류 콘텐츠가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아직 한류가 세계 시장의 주류는 아니다. 또 압도적인 자본력을 지닌 중국이나 미국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도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진흥원의 역할도 여기에 있다. 사업 수가 예산에 비해 너무 많다. 올해 진흥원의 예산이 2111억원이고 총사업 수가 105개다. 새로운 자동차를 개발하는데 드는 평균 비용이 4000억원 정도다. 적은 예산은 아니지만 많은 사업 수로 많은 예산이라고 할 수도 없다. 물론 콘텐츠산업의 생태계를 만들고 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사업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도 전체 사업의 관점에서 각 사업의 타당성과 적합성을 분석해 묶을 수 있는 사업은 묶어야 그 효과가 커진다. 또 예산과 인력의 자원 배분을 효율화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에 집중 지원할 수 있다. 이렇게 해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세계 초일류 콘텐츠’를 탄생시키는 산실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민간에서 연예·광고·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민간에서 경험한 것을 어떻게 진흥원에 접목할 계획인가.

▲민간에 있을 때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대해 “좀 아쉽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다. 막상 이곳에 와 보니 밖에서 볼 때와 달리 ‘그럴만한 이유가 있구나’하고 느낀다. 진흥원이 우리 콘텐츠산업의 전체 생태계 조성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으로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갖는 태생적인 것이다. 그렇더라도 우리 산업 상황을 반전할 수 있는 ‘빅 킬러 콘텐츠’는 여전히 필요하다. 따라서 이 ‘빅 킬러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선택과 집중’ 지원을 해나갈 예정이다. 또 과거 경험을 직원들과 공유해 그들이 ‘성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고 만들어내는 ‘선구안 좋은 프로듀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콘텐츠산업의 대표적인 수출 품목인 게임이 최근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에서 게임산업을 다시 성장궤도로 돌릴 복안이 있나.

▲지난 연말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게임산업 진흥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발표했다. 여러 게임개발사와 유통사, 학계 전문가 등 게임산업 관계자와 일 년 동안 고심해 만들었다.

‘차세대 게임산업 신영역 창출’ ‘게임산업 재도약 기반 마련’ ‘게임인식 제고를 통한 가치 재발견’이라는 3대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인력관리(Person) △혁신·융합 플랫폼 개발(Innovation) △게임문화 혁신(Culture) △동반성장(Accompany) △창업과 일자리 창출(Startup) △미래지향적 정책 개발(Strategy) △해외시장 진출(Oversea)을 7대 추진방향으로 잡았다. 일명 피카소(P.I.C.A.S.S.O) 프로젝트다.

이밖에도 게임을 보는 사회 인식을 개선하고 e스포츠 산업화 기반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민관 협력을 추진하고 기능성게임이나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체감형 아케이드게임 개발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비록 최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으나 우리 게임산업은 여전히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

-중국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이러한 상황을 해쳐나가기 위한 별도의 정책이 올해 마련됐나.

▲중국은 세계 3위 콘텐츠 시장이자 한국의 콘텐츠 수출에서 두 번째 규모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문화부를 비롯한 관계부처 협동으로 중국과의 협력 및 동반성장을 위한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결국 우리에게 중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자 견제와 협력이 동시에 필요한 대상이다. 앞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꾸준한 조사·분석으로 급변하는 중국 시장에 적시성 있는 대응 전략이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중국기업들과 교류, 협력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나가겠다. 또 중국 현지 지원도 강화할 예정이다.

-문화기술(CT)이 제대로 콘텐츠와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중장기적인 실험과 이를 민간에 접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계획이 있나.

▲현장에 필요한 문화기술의 개발과 육성은 진흥원 설립 이후 역량을 집중하는 과업 중 하나다. 특히 작년부터는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개발 과제를 발굴하고 콘텐츠 현장과 접목하기 위해 기술전문가와 예술인, 산업계 종사자로 구성된 ‘문화기술R&D전략기획추진단’을 구성,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예술인과 산업계 종사자들의 참여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또 여러 부처 사이의 공동개발 과제를 기획하는 등 콘텐츠산업 내에서의 융합을 뛰어넘어 산업간 융합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콘텐츠 한류지도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류지도는 어느 정도 완성됐고, 이를 현실에 접목하기 위해서 진흥원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한류지도 구축사업은 국내 콘텐츠업체들의 성공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권역별, 장르별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한류지도 사이트를 개설해 직관적으로 손쉽게 원하는 정보를 검색 가능하고 다양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류, 제공하고자 한다. 특히 첨단 솔루션을 활용해 해외 주요 국가들의 방대한 소셜 데이터를 분석해 한류 콘텐츠 최신 트렌드와 선호도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빅데이터 분석 전문업체에 조사를 의뢰해 기초 정보를 제공받은 상태다. 문화부와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문화부 신규 사업으로 국고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한류지도 구축사업을 완성할 계획이다.

-나주로 이전하면서 진흥원이 산업 현장 소통에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가 있다. 특별한 대책이 있나.

▲아무래도 산업계는 각 지원부서가 나주에 있어 불편함을 겪을 수도 있다. 이런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원들과 업계가 만나는 교육·행사를 자주 열 예정이다. 취임 이후 각 장르별 업계 간담회를 연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가급적 온오프라인 상으로 업계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겠다. 또 직원이 나주 정착에 도움되도록 본원에 어린이집 개소를 고민 중이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송성각 원장은

송성각 원장(57)은 지난해 12월 취임했다. 대일고등학교와 국민대 장식미술화과를 졸업하고 제일기획 제작본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엔터테인먼트 제작업체인 도너츠미디어와 영화 후반작업 업체인 머큐리포스트 대표를 지냈다.

송 원장은 지난 1982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2006년 제작본부장으로 임기를 마칠 때까지 25년을 바친 제일기획 맨이다. 이후에도 도너츠미디어와 머큐리포스트 대표를 지내면서 영화와 드라마, 음악 등 콘텐츠 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광고계 인물답게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산업에 이해가 뛰어난 것도 그의 강점이다.

그는 “광고를 포함해 콘텐츠 영역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진입 가능해 모두 레드 오션이다”며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엔지니어 사고만 있으면 소비자를 자극할 수 없다. 새로운 감성코드를 적용해야 팔린다”고 전한다. 쉽고 흥미로운 차별화된 원천(originality)를 만드는 것이 바로 마케팅이라고 강조한다. 뼛속깊이 광고인이자 사업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송 원장은 조직원들에게 일에 대한 열정과 혼을 강조한다. 조직에서 시키는 일만 해서는 조직이 발전할 수 없고 개인도 발전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향후 조직개편도 이를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창의인재동반사업

독립영화로 관객 470만명을 동원한 ‘님아, 강을 건너지마오’, 2014년 스토리창업대전에서 최우수상(문화체육부장관상)을 받은 ‘맛:세상을 바꾼 단 한 입의 맛’, 다음온라인공모대전 대상을 수상한 웹툰 ‘살생부’, 뮤지컬 ‘드가장’과 ‘가야십이지곡’ 등.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창의인재동반사업의 멘토와 멘티가 만나 빚어낸 작품이란 점이다.

창의인재동반사업은 콘텐츠산업을 이끌어갈 젊은 창의인재를 길러내는 사업이다. 지난 2013년 세계경쟁력위원회연합(GFCC)에서 선정한 글로벌 혁신 모범사례로 24개 회원국에 소개된 진흥원의 대표 사업이다.

사업은 창작 분야 전문가(멘토)를 통한 도제식 창작 멘토링을 지원해 청년 인재의 창작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게 목표다.

도제식 창의 교육과 멘토링 기획·운영 능력을 갖춘 7~8개 법인을 매년 ‘플랫폼기관’으로 선정해 지원한다. 지난 2012년 시작한 이 사업은 3년간 23개 플랫폼 기관에서 전문가(멘토) 292명이 676명의 인재(멘티)를 선발해 육성했다. 지난해에도 7개 기관이 선정돼 82명의 전문가가 2014명의 인재를 선발해 양성했다. 교육기간은 9개월~10개월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창작 프로젝트가 만들어진 것도 이 사업의 성과다. 현장 프로젝트 1086건을 수행해 멘토의 노하우와 경험을 전수했다. 국내외 콘텐츠 분야 공모전에 참여해 수상한 작품은 100여건에 달하고 상업적으로 작품 계약 건수도 120건에 이른다. 수료 후에는 콘텐츠산업 현장에서 경력활동 지속 유지하는 비율이 75%에 달한다. 기존 정부 사업이 현장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는 것과는 대비된다.

송성각 원장은 “창의인재동반사업은 전문가와 희망이 넘치는 인재가 만나 콘텐츠산업에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업”이라며 “올해도 사업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