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상정된 도박관련 사행성 정보심의 건수는 약 4만6697건으로 2013년 2월부터 2014년 1월까지 3만7895건에 비해 약 8800건 늘었다. 약 20% 증가한 수치다.
2011년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도박관련 사행성정보 심의건수가 매년 약 7000건에서 8000건 정도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웹보드게임 규제를 전후해 평년보다 약 10% 정도 증가폭이 커졌다.
방심위 관계자는 “사실상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 중인 사업자인데 국내 차단이 최선”이라며 “웹보드게임 규제 영향으로 특별히 심의건수가 늘어났다기보다는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정당한 사업자들이 각자 사업영역에서 이첩한 건수가 많아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웹보드 규제 영향이 ‘풍선효과’를 불러 왔을 것으로 추측한다.
게임사 관계자는 “자체 모니터링 결과 규제가 시작된 2월부터 불법 사이트로 유도하는 문자와 이메일이 크게 늘어났다”며 “이른바 ‘꾼’들이 이쪽으로 대거 이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식 웹보드게임에 판돈 제한 등이 걸리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지하’로 숨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사행 행위자 제도권 이탈 속 정상 이용자 흥미 상실
국내 불법도박은 정식 산업의 약 10배 규모다. 2013년 고려대 산학협력단이 작성한 ‘2차 불법도박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불법도박 규모는 75조원에 달한다.
약 5년 만에 40% 넘게 증가한 것인데 이 중 불법인터넷 도박 등 규모는 56조원에 달한다. 2013년 웹보드시장 규모인 5000억원에 100배가 넘는다. 거대한 ‘블랙홀’이 존재하는데 굳이 규제가 심한 양지에 남을 필요가 없다.
수치로 보면 웹보드 규제로 인한 효과는 확실하다. NHN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게임즈, 넷마블게임즈 등이 운영하던 웹보드게임 이용자가 많게는 50%까지 빠지고 매출을 기존 30% 수준으로 축소됐다.
정부 관계자는 “규제 이전 정식 웹보드 게임에서 활동하던 전문적 ‘환전’ 세력들이 사라졌다”며 “이들이 게임을 계속한다고 전제하면 일부는 지하로 숨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사는 웹보드게임 자체가 활기를 잃으며 정상적인 이용자도 떠났다는 주장이다. 게임사 한 관계자는 “게임 내에서 일명 ‘꾼’들의 비중은 많이 잡아도 5% 이하”라며 “규제 이후 이용자가 50%까지 줄었는데 이는 대부분 정상적인 게이머의 이탈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로 게이머들이 흥미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법에 따르면 웹보드게임 이용 시 △1인당 월 구매한도는 30만원 △1회 사용 가능한 게임머니는 3만원으로 제한된다. 또 한판에 10만원 이상 잃으면 24시간 동안 게임접속이 차단된다.
게임사 관계자는 “웹보드게임은 지르는 맛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꼭 내가 아니더라도 남이 지르거나 터지는 것을 보며 쾌감을 느끼는 측면도 많은데 판 자체가 위축되니 할 이유를 잃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제와 육성 동시에 필요한 산업
게임업계에서도 웹보드게임 규제에 반발하는 시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웹보드게임이 주력이 아닌 게임사 등 일각에서는 “차리리 이참에 부정적 인식 일부를 털어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온라인게임 개발 10년차인 한 개발자는 “강한 규제로 게임산업에 사행성 이미지가 강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적절한 수준의 정화작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사실 게임개발 입장에서 바라보면 웹보드는 좀 다르다”며 “사행심리를 기반으로 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 부작용을 감수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웹보드 게임 제작에 참여 중인 한 게임사 관계자는 “웹보드게임은 BM 등 수익모델 개발과 확률 수식 등을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야해 단기간에 쌓을 수 있는 노하우가 아니”라며 “우리나라가 이 부분에 있어 상당한 경쟁력을 가졌는데 산업기반이 무너지며 자칫 이를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등은 산업단지 활성화 등을 위해 정부 통제 하에 ‘전자 카지노’ 등 온라인 도박장을 개설하는 작업을 꾸준히 추진 중이다.
이미 국내 웹보드 게임 개발자 중 다수가 2000년대 후반부터 중국으로 넘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에서도 기존 카지노 시설을 온라인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윤형섭 상명대 게임학과 교수는 “사행산업을 통제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며 “다만 정부와 게임사가 공동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서버단에서 불량 이용자만 골라낸다든지 하는 식으로 규제방법을 발전해야 산업 경쟁력 훼손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