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 `테라포밍` 인간이 살수 있는 조건

‘테라포밍(terraforming)’

우리말로 지구화.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을 인간이 살기 좋은 조건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탐험대가 목숨을 걸고 우주로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네이버 웹툰에서 릴레이 연재를 시작한 ‘2015 우주특집 단편’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다.

네이버웹툰 2015 우주특집 단편
네이버웹툰 2015 우주특집 단편

배진수 작가는 ‘엑소더스’에서 행성 테라포밍을 위해 나선 지구 탐험대를 예수와 12사도와 연결 짓는다. “모든 생명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 하에 창조된다.”

창조론의 과학적 재림이다.

지금까지 잘 알려진 테라포밍 방식은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유기물을 합성해 생물이 살아가는데 적합한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선 행성 내에 미생물을 투입해 식물 등 고등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후 식물이 발생한 산소로 대기를 형성하면 비로소 인간이 살 수 있는 새로운 ‘지구’가 만들어진다.

태양계 내에서 가장 유력한 테라포밍 후보지는 화성이다. 몇 가지 연구에 의하면 △화성 대기압을 높이는데 90년 △빙하를 녹여 물을 만드는데 120년 △기온을 높이는데 150년 △식물을 퍼뜨리는데 50년 △식민지를 건설하는데 70년이 걸린다. 총 480년 세월을 거쳐야 인간 이주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다른 행성을 테라포밍하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지구가 원시 지구로 돌아가는 시간이 훨씬 길다.

지구에서 인간이 사라지면 7일 안에 모든 전력이 끊긴다. 10년이 지나면 목조주택이 무너지고 20년이 지나면 각종 식물들이 야생종으로 진화한다. 1000년이 지나면 대부분 인공구조물이 없어지고 3만년이 지나면 산업화 과정에서 토양에 박힌 납 성분이 사라진다.

인간이 없어진지 10만년이 지나면 비로소 산업화 시대 쌓인 이상화탄소 농도가 해소되며 원시 지구수준에 근접하게 된다.

테라포밍은 인류 생존이 영원하지도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됐다.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 아직 생명체를 발견하지 못한 인류로서는 지구의 오염이 공포스럽다.

기술이 발전하고 산업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생존조건은 점점 열악해진다. 환경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말이다.

어쩌면 인류는 상상력을 발휘해 다른 행성으로 눈을 돌릴 것이 아니라, 땅에 발을 붙이고 지금 나아가는 방향이 과연 정답인지 한번쯤 돌아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