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달탐사 로버 시제품 공개…2019년 최종 개발 목표

2020년 한국형 발사체에 실려 달 탐사 임무를 수행할 무인 로버 시제품이 공개됐다. 영하 170℃에서 영상 130℃를 오가는 진공의 극한 환경을 버티면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목표다. 세계 최초로 몸체를 두 개로 구성한 ‘투 보디 시스템’을 적용하고, 지구와 통신하며 6초 간격으로 명령을 수행하는 등 독자적인 한국형 모델을 구현한 것이 돋보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이병권) 달탐사연구사업추진단(단장 강성철)은 달의 극한 환경에서 탐사가 가능한 달 탐사 로버 기술검증모델과 핵심 부품인 고체윤활 베어링 시제품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로버는 여섯 개의 휠을 이용해 주행하며 두 개로 분리된 몸체가 체인 형태로 연결돼 울퉁불퉁한 달에서도 지면과 접촉을 유지할 수 있다. 30도 경사의 언덕을 올라가고 최고 초속 4㎝로 이동한다.

로버 설계는 KIST가 개발한 위험작업로봇 ‘롭해즈(ROBHAZ)’의 설계를 응용했으며, 몸체는 길이 70㎝, 폭 50㎝, 높이 25㎝다. 무게는 13㎏이며 달 탐사선에 태워질 최종 로버 무게가 20㎏임을 감안하면 약 7㎏의 장비를 탑재할 수 있다. 통신장비와 카메라, X선 분광기 등이 탑재될 예정이다.

로버의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바퀴는 항공기 등에 사용되는 알루미늄합금 두랄루민을 사용하고, 몸체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적용했다. A4 용지 두 장 면적의 태양전지를 활용해 자체 충전하며, 향후 실제 모델에는 핵전지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

진공도가 높은 달 환경을 고려해 고체 윤활제를 적용한 로버용 베어링을 제작하고, 박막 코팅 기술을 함께 개발해 우주환경 윤활 기술을 확보했다. 진공 환경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액체 윤활제가 들어간 베어링 활용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고체 윤활제는 우주 시스템 개발에 필수인 핵심 기술이다.

이번에 개발한 로버는 한국형 발사체에 맞춰 개발한 독자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개발된 무인 탐사 로버는 온도 변화가 약 145℃로 비교적 적은 데다 대기층이 존재해 달보다 방사선 영향이 약한 화성 환경을 감안해 개발됐다.

기술검증모델을 통해 지상에서 달의 조건을 설정해 주행 및 탐사 시험으로 성능을 검증하고 실제로 달탐사 로버 개발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최적 모델이 정해지면 2017년 초까지 엔지니어링모델(EM)을 만들고 2018년까지 인증모델(QM)을 제작할 계획이다. 이어 2020년 발사를 위해 2019년까지는 실제 사용할 비행모델(FM)을 제작할 예정이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들은 국방, 극지환경, 사회 안전, 위험 작업 로봇에 적용해 활용할 수 있어 실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책임자인 이우섭 박사는 “시제품은 한국형 달 탐사 로버 개발을 위한 초기 모델”이라며 “지금까지 축적한 한국의 필드 로봇 기술을 활용해 이른 시간 안에 고유의 극한환경 로봇 기술로 월면을 다니면서 탐사를 수행하는 로버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달 탐사 로버 융합연구에는 KIST를 비롯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재료연구소, 자동차부품연구원 6개 기관이 참여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