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미래로 가는 길’ 책에서 ‘손가락 하나로 모든 정보를(Information at your fingertips)’이란 말로 미래 정보화 사회를 예견했다.
실제로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불과 20년 새 공상과학물에나 나올 법했던 이야기가 구현된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 논문을 쓰기 위해선 서고의 빽빽한 카드목록함에서 책·문서 정보를 찾아 먼지 쌓인 서가에서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지금 우리는 책상에 앉아 몇 번의 클릭으로 전 세계 도서관 자료를 검색·확인할 수 있으며 원문을 직접 볼 수도 있다. 1990년대에 이뤄진 전산화를 시작으로 정보검색시스템은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고, 인터넷 발달과 함께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른 시간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오픈 액세스’와 같은 정보개방 및 공유의 바람이 세지면서 정보 접근성은 정점을 향해가고 있다. 우리 정부도 ‘정부3.0’을 통해 공공정보 개방·공유·협력 정책을 내세우며 공공정보의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정보기술(IT)의 발달과 정책·제도의 변화로 인해 개개인이 수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구슬 서 말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정보의 접근성이 높아진다고 해서 정보에 대한 효과적 활용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정보의 바닷속에서 끌어올릴 정보의 가치는 신뢰도와 사용자 적합성에 따라 달라진다. 아무리 수많은 정보를 쥘 수 있다 한들 옥석을 가리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면 효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콘텐츠 큐레이션’이다.
과거 큐레이션이라는 용어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쓰이던 말이었지만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재구성으로 확장됐다.
콘텐츠 큐레이션은 여러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가치있게 구성하고 배포하는 일을 뜻한다. ‘큐레이션(Curation Nation)’의 저자인 스티븐 로젠바움은 큐레이션이란 인간이 수집·구성하는 대상에 질적인 판단을 추가해 가치를 높이는 활동으로 정의했다.
올해 과학기술 분야에도 콘텐츠 큐레이션을 적용한 분석형 정보 융합 서비스를 구축, 제공하는 일이 핵심과제가 됐다.
분석형 정보융합 서비스가 구현된다면 고전 자료부터 최신 자료까지 같은 분야의 연구자들이 많이 본 자료를 알아서 추천해준다.
논문 정보뿐 아니라 특허·국가R&D 동향까지 한눈에 볼 수 있어 산학연 협력을 이끌어내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다양한 R&D 활동의 기반이 되는 정보활용 수준을 높인다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국가 차원에서 이런 ‘지식활동 서포터’가 갖춰진다면, 각종 데이터베이스들을 연결해 원스톱으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허브를 구축해 국가정보서비스의 효용을 높이는 큰 계기가 될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정보를 가진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고 했다. 정보화사회의 초기엔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박식하고 능력 있는 연구자로 일컬어졌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를 넘어 정보가 폭발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단순히 많은 정보는 흩어져 있는 구슬에 불과하다.
이제 신뢰도 있는 최적의 정보를 빠른 시간 안에 얻는 것이 힘이 되는 시대로 바뀌었다.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정보서비스가 과학기술의 융합과 발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류범종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첨단정보융합본부장 ybj@kis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