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 외신은 한 사진 속에 등장한 카메라와 전자파 레이더를 단 정체불명의 차량이 애플 소속 차량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애플이 구글에 이어 자율주행차를 개발한다는 소식에 자동차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말 그대로 사람의 조종 없이도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스스로 운행하는 자동차다. 인터넷 업체 구글이 2009년부터 개발에 착수해 시범운행을 진행 중이며 BMW 같은 완성차 기업, 보쉬를 비롯한 부품 업체가 개발을 추진 중이다. 2020년경이면 상용화가 예상되는데 영국은 이번 여름부터 시험주행을 시작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차는 3~4년 전부터 이슈로 떠올랐지만 이미 1980년대 방영된 TV 드라마 ‘전격제트작전’으로 사람들에게 친숙하다. 1980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곱슬머리의 남자 주인공인 마이클(데이비드 하셀호프)이 손목시계에 대고 ‘키트’를 부르던 모습을 기억한다. 잠시 후 지금 봐도 세련된 검은색 키트가 주인공 앞에 등장하는 모습은 당시 유년 시절을 보낸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키트는 단순히 주변지물을 파악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카다. 놀라운 점프력과 스피드는 기본이다. 인공지능 컴퓨터를 장착했기 때문에 위험을 스스로 판단해 주인공을 위기에서 구해낸다. 주인공과 대화하고 농담까지 주고받을 정도의 지능을 갖췄다.
구글을 비롯한 자동차 업계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는 도로 상황을 파악하고 스스로 운전하는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다양한 센서와 카메라를 활용해 차선을 확인하고 다른 차량과 거리를 파악해 충돌을 방지한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다양한 일이 가능해진다. 우선 교통사고가 줄어든다. 사람이 아닌 기계가 운전을 하기 때문에 사고 발생율이 그만큼 감소한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의 10%만 자율주행차로 전환해도 매년 사고를 21만여건 줄이고 인명은 1100명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당수 사고가 음주나 마약, 운전자 피로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앰뷸런스나 소방차, 경찰차가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빠른 경로로 달릴 수 있다. 불필요한 운행이 줄어들면서 탄소 배출도 줄어들 전망이다.
도시의 주차난도 해소할 수 있다. 셀프 주차 기능을 통해 붐비지 않는 주차장에 스스로 주차하고 주인이 부르면 달려간다.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에 가서 주차를 위해 오랜 기간 대기하고 빈자리를 찾아 빙글빙글 돌 필요가 없다. 그만큼 삶의 편의가 높아진다.
걸림돌은 많다.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자율주행차의 운행을 허용하는 곳이 많지 않다.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은 ‘기술’이 아닌 ‘규제’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가의 레이저 스캐너 등 장비나 부품 가격인하도 필요하다. 자율주행차는 전기차 이상의 가격을 요할 전망이다. 이 두 가지 이슈가 해결돼야만 길거리에서 ‘키트’ 하고 자신의 자동차를 부르는 모습을 보는 날이 앞당겨질 수 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