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창사 이래 첫 IP 외부개방, 업계 "무게감, 책임 크다"

엔씨소프트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사 지식재산권(IP)을 외부에 전면 개방한다. 침체된 한국게임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에 따르면 양사는 이번 달부터 합작회사 설립을 포함한 공동 프로젝트를 모색한다. 양사의 첫 공동 프로젝트는 엔씨소프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이온’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엔씨소프트가 상장사이기 때문에 공시 등 과정을 신중히 해야 해 내부 논의는 아직 못한 상태”라며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작품이 아이온이 되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며 아이온 IP를 활용한 게임 개발에 의욕을 보였다.

엔씨소프트가 자사 IP를 개방한 것은 1997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과거 ‘리니지’ 등을 일본에서 파일럿 프로젝트 형식으로 개발한 적은 있지만 실험 수준에 그쳤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우리 IP를 기반으로 한 넷마블 게임들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 IP 개방은 최근 넥슨과 경영권 분쟁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업계 일반적 시각이다.

엔씨소프트 1대 주주인 넥슨은 최근 엔씨소프트에 경영 참여 등을 요구하며 ‘넥슨을 포함한 3자와의 협력’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넥슨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지난 17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각각 3800억원과 3900억원을 투자해 상대 지분 9.8%, 8.9%를 취득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넷마블게임즈를 우군으로 확보한 것이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협력을 바라보는 시각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넷마블과 협력은 엔씨소프트 경영진이 수세에 몰린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해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야 한다”며 “2013년 넥슨과 함께하다 중단한 마비노기 등 공동 프로젝트에 비해 무게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재홍 숭실대 교수(게임학회장)는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제휴는 국내 게임산업이 기술혁신과 규모 등 여러 면에서 어려운 상황에 부딪힌 가운데 나온 의미 있는 협력”이라면서도 “자발적이라기보다는 경영권 침해 등 여러 부정적 이슈가 얽힌 가운데 나온 결과라 아쉽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양사 공동 프로젝트가 한국 게임산업 전체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다”며 “출발 배경과는 무관하게 이를 성공시켜야 할 책임이 크다”고 진단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