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MRO산업, LED 전철 밟지 말아야

1990년대 말 인터넷 붐을 타고 탄생한 대표적인 e비즈니스 성공사례 ‘기업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이 거대자본을 앞세운 다국적 유통업체들에 안방을 내주고 있다. MRO는 유지(Maintenance)·보수(Repair)·운영(Operation)의 약자로, MRO 비즈니스는 기업 운영상 지속적으로 필요한 물품을 구매대행해주는 서비스다. 물품 구매물량이 적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공동구매 효과를 볼 수 있어 수요자도 공급자도 이익이 되는 윈윈 구조다.

특히 우리나라는 IT 강국의 인프라를 활용해 기존 관행을 깬 획기적인 비용절감 및 효율화를 꾀하면서 세계에서 유래 없는 혁신적인 전자상거래 MRO(eMRO)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세계 시장까지 뻗어 나갔다.

정부의 육성 의지도 한몫했다. 중소기업의 eMRO 활용을 늘리기 위해 정부에서 보증까지 서가며 정책적으로 장려했다. 시너지 효과는 컸다. 판로개척 노하우가 부족했던 중소 제조업체들에도 시장 개척 기회로 작용하면서 새로운 유통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으로 치면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창조경제 뉴BM(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인 셈이다. 하지만 당시 정부까지 나서 혁신적 성장동력 모델로 장려했던 한국형 비즈니스가 정부의 국내 기업 ‘역차별’로 인해 외국 업체들에 장악 당할 위기에 처하면서 정책 연속성에 대한 비판까지 일고 있다.

실제로 MRO 사업의 대기업 진출을 제한한 동반성장위원회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지난 3년간 가이드라인 적용을 받지 않는 외국계 대기업 MRO 입지는 확대일로다. 이를 바탕으로 외국계 사업자들이 자국 기업 물품을 국내로 조달할 경우, 우리 MRO산업뿐 아니라 제조업도 타격을 입게 된다.

동반성장 딜레마로 인해 우리 LED산업은 외국계 기업에 세계시장은 물론이고 안방까지 내주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MRO산업은 ‘골든타임’의 마지막 몇 초가 남아있다.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우리 MRO 생태계는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나락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