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본질이 왜곡돼 정책이 진퇴양난에 빠진다면, 되레 국민적 손해라 할 수 있다.
월성 원전 1호기 얘기다.
지난해 9월 원자력 안전규제전문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월성 1호기의 안전성 평가와 관련해 주기적 안전성 평가, 주요기기 수명평가, 방사성 환경영향평가 등 21개 분야 모두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렸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최종 결정까지 내려지면 5년을 끌어 온 계속운전 심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모두는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달에 이어 지난 12일에도 원안위는 약 12시간의 마라톤회의에도 불구하고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안건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충분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판단 이슈가 남아 표결을 미뤘다는 후문이다. 그 차기회의가 이달 말 진행된다.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아마, 또 다시 최종결정이 미뤄진다면 이미 월성 1호기의 안전성을 판단하기에 충분한 기간과 검토가 있었을 것이라고 믿는 많은 사람들에게 원안위가 원전의 안전성만이 아니라 원전에 대한 정치·사회적 논란까지 의사결정 요인에 포함하고 있는가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사실 원전의 계속운전 여부 공방은 우리만의 고민이 아니다. 우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원전 운영국들은 나름의 엄격한 규제절차와 기준을 제도화하고 그 기준에 적합 판정을 받은 원전에 한해 계속운전을 허용하고 있다.
모든 원전의 계속운전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 가동 중인 약 440여기 원전 중 150기 원전이 승인을 받아 약 90여기는 이미 계속운전 중이다. 각국이 계속운전에 적극적인 이유는 새로운 원전을 짓는 것보다 가동중이던 원전을 계속 활용하는 것이 국가 경제적으로 이득이기 때문이다.
원전 계속운전의 경제성 판단은 복잡한 체계와 방법론이 적용된다.
원전사업자는 계속운전으로 발생할 비용과 벌어들일 예상수익을 비교해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전력의 공익적 성격을 강조해 전력수급의 최종책임을 정부가 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사회적 또는 소비자 관점의 경제성 분석을 더 중시하게 된다.
발전소의 가동이 중지되어 이를 대체하기 위해 가동되는 발전소가 훨씬 비싸다면 손익계산의 결과는 사업자 입장과는 사뭇 다르게 된다.
우리나라의 전력수급 구조상 월성 1호기 가동이 중지되면 해당기간 대체전원은 거의 모든 시간대에 가스발전이 된다는 것은 전력시스템 시뮬레이션을 통해 입증됐다. 이 경우 추가비용은 대략 연간 5000억원에 달한다.
월성 1호기 발전비용이 다른 원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쌀 수도 있다. 그러나 석탄·가스 등 다른 발전원에 비해선 여전히 싸다. 안전성이 보장된다면 계속운전을 하는 것이 국가전체의 전력공급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사회 전체 및 소비자의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다.
월성 1호기가 가동 중지된 지 2년이 넘었다.
계속운전을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말끔하게 고쳐 놓은 발전소가 멈춰서 있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전기 소비자인 국민들이 부담하게 된다. 지금 재가동이 결정되어도 앞으로 가동기간은 8년을 넘지 못한다.
월성 1호기 계속운전 결정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dsroh@kee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