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알뜰폰 적자규모가 900억원에 이르는 등 누적 적자가 2000억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폰이 가계 통신비 절감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적자가 계속되면 애초 기대한 통신비 인하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될 전망이다. 알뜰폰 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알뜰통신사업자협회(회장 이통형)에 따르면 지난해 28개 알뜰폰 사업자는 매출 6446억원, 영업적자 900억원을 기록했다. 알뜰폰을 공식 도입한 2011년 7월 이후 지난해까지 3년 6개월 동안 누적적자는 2600억원으로 늘었다.
적자는 대형 업체에 집중됐다. 총 가입자의 43%를 차지하는 CJ헬로비전, SK텔링크, KCT 3사는 매출 2481억원, 영업적자 553억원을 기록했다. 3사 적자규모는 전년(793억원)보다는 줄었지만 2012년(504억원)보다는 오히려 증가했다. 도매대가와 판매수수료 등의 마케팅비용 지출이 원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업체가 알뜰폰 시장 확대와 가계통신비 인하를 주도한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통신산업 원가구조상 가입자가 일정 수에 도달하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면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알뜰폰 전체 가입자는 458만명으로, 이통시장 점유율 8.0%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8%대에 진입했다. 그러나 적자가 계속되면서 매출액 기준으로는 22조원에 달하는 이통시장의 3.0%에 불과했다. 몸집만 컸지 내실은 다지지 못한 ‘속 빈 강정’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알뜰폰 업계는 정부지원이 이어지지 않으면 알뜰폰의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오는 9월까지 한시적으로 면제된 전파사용료가 10월부터 부과되면 알뜰폰 성장에 큰 타격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전파사용료 면제가 추가적으로 유예되지 않으면 오는 2016년에는 알뜰폰 가입자가 640만명에서 554만명으로 90만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알뜰통신사업자협회 관계자는 “정부 조사에서 알뜰폰은 도입 후 3년 2개월간 1조5600억원의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 같은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전파사용료를 9월 이후 3년간 추가 유예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표]알뜰폰 주요3사 매출액 및 영업손실 추이 / 자료:알뜰통신사업자협회>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