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이동통신사가 판매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구글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구글 월렛)이 선탑재(pre-installed)돼 출시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구글 결제부문 부사장인 애리얼 바딘은 버라이즌과 AT&T, T-모바일US와 이들의 모바일 결제 기술 컨소시엄인 소프트카드(옛 ISIS)와 제휴, 구글 월렛을 확대 보급하기로 했다고 23일(현지시각) 구글 커머스 사업부 블로그(googlecommerce.blogspot.com)를 통해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 3대 이통사들은 미국 시장에 공급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구글 월렛 앱을 공장에서 미리 깔아 출시한다. 이를 위해 구글은 소프트카드의 기술과 특허를 인수하기로 했다.
구글은 이번 제휴로 안드로이드 버전 4.4 ‘킷캣’ 이상을 탑재한 스마트폰에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드로이드의 현행 최신 버전은 작년 11월에 나온 5.0 ‘롤리팝’이다. 킷캣은 재작년 10월에 나왔다.
따라서 향후 신모델뿐만 아니라, 구형 스마트폰에도 구글 월렛 선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면 충돌(collision course)은 불가피하다.”
‘구글 월렛 선탑재’를 전하는 미국 IT전문매체 BGR의 기사 제목이다. 글로벌 모바일 결제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와의 한판 승부를 피해갈 수 없게 됐다는 게 BGR의 분석이다.
실제로 구글의 이번 발표는 삼성의 모바일결제 전문업체인 루프페이 인수 직후 나왔다. 구글 입장에선 승부수를 띄워야할 시기로 본 것이다.
지난해부터 ‘애플페이’가 무섭게 치고나오는 상황에서, 삼성까지 결제서비스에 나서자 3사 중 유일하게 자체 단말기가 없는 구글은 다급해질 수밖에 없다. 구글 페이는 지난 2011년 시작했지만, 전미 디지털 결제시장 점유율은 수년째 4%대에 정체돼 있다.
이번에 구글과 손잡은 버라이즌과 AT&T, T-모바일의 가입자를 모두 합치면, 미국 이통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구글이 미국서 판매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10대 중 8대 이상에 자사 결제앱을 일시에 깔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난처해진 것은 삼성이다. 루프페이 인수를 계기로 자체 모바일결제 시스템은 이른바 ‘삼성 페이’에 공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갤럭시)의 제조업체인 삼성이 이들 미 이통사의 구글페이 선탑재 요구를 내칠 수도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머캐토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페이먼트 애널리스트인 팀 스런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결국 삼성의 차기 스마트폰 모델에는 똑같은 결제 앱이 두 개나 깔려 나오게 되는 촌극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결과, 갤럭시 사용자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이용에 혼선과 불편을 느낄 것이고, 그 어부지리는 애플의 ‘애플페이’에 돌아갈 공산이 크다. 어떤 형태로든 양사 간 교통정리가 필요한 이유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