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AFP는 재미있는 사진 한 장을 전 세계에 전송했다. 일단의 장년 남자들이 승려로 보이는 사람과 함께 사찰 앞에 서 있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들의 두 손에는 모두 다 부서진 강아지 장난감이 들려 있다.
사진 속 사찰은 일본 이즈미시 소재 고흐쿠지. 여기서 이들은 오이 분젠 주지승과 함께 강아지 로봇 ‘아이보’의 장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이날 장례의 상주는 아펀(A-FUN)이라는 전자제품 전문 수리업체가 맡았다. 사정은 이렇다. 이들이 들고 있던 반려견 로봇은 소니가 지난 1999년부터 8년간 팔아온 아이보라는 제품이다.
당시 대당 우리 돈으로 250만원가량에 판매됐음에도 첫 출시 20분 만에 3000대가 팔리는 등 절판될 때까지 약 15만대가 주로 노인이나 일부 어린이 등에게 판매됐다.
그런데 최근 경영난에 빠진 소니가 부품 조달 불가를 이유로 지난해부터 아이보 사후서비스(AS) 중단을 선언하자, 아펀 등 일부 수리업체들이 아이보의 ‘치료’를 맡겠다고 나선 것이다. 수리가 불가능한 아이보는 사진처럼 장례까지 대행해준다.
아이보를 여생의 마지막 반려자로 여겨온 어르신들에겐 더 없이 고마운 존재다. 아펀은 아이보뿐 아니라 워크맨이나 베타 방식의 비디오플레이어에 이르기까지 왕년의 전자제품들을 국내외에서 접수해 새생명을 불어넣어 준다.
이날 요미우리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구글과도 한판 승부를 벌일 만한 ‘정보통신기술(ICT) 성장 전략’을 민관 합동으로 추진 중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제로투원’의 저자이자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은 지난 24일 연세대에서 있은 강연에서 빅데이터 컴퓨팅나 소프트웨어 교육 서비스 등과 같이 ‘최첨단’이라는 미명 하에 트렌드만 좇는 기업은 조심하라고 강조했다.
옛것의 소중함과 그 가치를 잊지 않으면서도 미래를 차분히 준비하는 일본의 전자산업에서 묵직한 내공을 느낀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