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공공조달 혁신 방안을 확정했다. 공공조달 물품 성능 기준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구매규격 사전예고’, 장기 공급 기업 안일함을 막는 ‘우수조달제품 졸업’, 새로운 물품과 서비스 시장을 창출하는 ‘공공혁신조달(PPI) 등 새 제도 도입이 골자다.
공공 조달 시장은 연간 100조원에 이른다. 정부 구매력이 엄청나다. 기업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공공 조달은 민간과 달리 연간 단위로 계획 구매하다 보니 현실과 맞지 않거나 타성에 젖은 구매도 적지 않다. 정보 공개로 투명성이 높아졌지만 효율성은 늘 의문이다. 관련 기업과 산업 육성 효과도 미흡하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정부가 그간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진했으며 이번 혁신방안은 그 종합편이다.
대체로 긍정적이다. 공공조달 참여 업체 경쟁을 북돋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신기술을 보유한 우수 중소·벤처기업의 진입 문턱을 낮출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됐다. 참여기업을 끊임없이 경쟁시키면서 혁신 기업에 더 많은 참여 기회를 준다면 공공조달 효율성은 물론이고 후방산업과 기업 육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기대가 현실로 나타나려면 조달 주체인 정부부터 똑똑해져야 한다. 구매 주체가 물건과 서비스를 잘 알면 비용 예산을 줄이면서 효과는 되레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혁신 제품과 서비스 조달엔 구매 자율성도 보장해야 가능하다. 이 점에서 구매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데 이런 방안이 혁신안에 빠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공공조달 시장은 늘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조달 참여 업체들이 그 수주 여부에 따라 경영 성패가 달라지니 떨어진 기업을 중심으로 반발이 크다. 이 때문에 정부 구매 담당자들은 웬만하면 해온 관행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풍토가 혁신 장애물이다. 그간 공공조달 투명성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효율성 제고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 이번 혁신 방안은 그 끝이 아닌 시작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