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창시자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한 것도 아니고 가장 똑똑한 것도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모바일 디바이스, 사물인터넷 센서, 소셜미디어가 데이터 폭증을 주도하는 빅데이터 시대에 살고 있다. 빅데이터는 거의 모든 산업과 경영의 기능을 변화시키며 이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이 빅데이터 도입을 검토한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어떻게 도입하고 구축·활용할 것인지는 어려운 문제다. 데이터 분석의 최고 권위자인 토머스 대븐포트 교수는 빅데이터 분석의 성공 요인으로 ‘델타(DELTA)’라는 약칭을 제시했다. 접근 가능한 고품질의 데이터(Data), 분석에 대한 전사적(Enterprise) 관점, 분석 지향의 리더십(Leadership), 분석을 적용할 전략적 타깃(Target), 그리고 전문 분석가들(Analysts)을 지칭한다. 이 중에서 빅데이터 도입의 성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분석 지향의 리더십이다. 왜냐하면 리더가 빅데이터 도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때만이 도입이 가속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성공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도입은 대부분 비즈니스 문제를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하려면 수많은 조직 구성원의 태도, 프로세스, 행동 및 기술이 변해야 하며 이 변화는 결코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변화는 분석지향의 리더십만이 효과적으로 주도하고 이끌어갈 수 있다.
조직문화가 분석 지향적으로 바뀌려면 리더의 압력, 즉 리더가 의사결정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를 만들라고 구성원을 독려하고 그 분석 결과를 잘 활용하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구글, 애플, 아마존, 이베이, 넷플릭스, 캐피털원, 시저스엔터테인먼트 등 유명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빅데이터 분석으로 최고 경쟁력을 구가하는 기업이란 점이다. 이들 성공 배후엔 언제나 분석지향적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강요한 리더가 있다.
리더의 공통된 신념은 “우리는 신을 믿는다, 하지만 (신이 아닌) 모든 다른 사람들은 (근거가 되는) 데이터를 가져와라(In God we trust, all others bring data)”는 유명한 문구다. 예를 들어 시저스엔터테인먼트 CEO 러브만은 직원들에게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냐, 아니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아낸 것이냐”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계획이나 전략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직원은 누구나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 심지어 러브만은 “우리 회사에서 해고되는 사유는 세 가지다. 절도, 성희롱, 그리고 신처럼 행동하는(근거가 되는 데이터 없이 말하는) 것”이라고 직설했다.
물론 빅데이터를 도입한다고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바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서서히 전사적 측면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그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 범위를 넓혀가게 되면 빅데이터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보다 더 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빅데이터 시대 경쟁의 승부는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갖고, 누가 그것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활용하는가”에 달렸다. 더 이상 리더 자신의 경험이나 ‘감(感)’에 의존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이 사실을 직시해 조직문화와 직원들의 마인드를 분석지향적으로 이끌며 데이터, IT, 인적자원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려는 리더의 의지와 용기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MBA 교수 jhkim6@assist.ac.kr